여성이 남성보다 건강?… 통계로 보면 “글쎄”

  • 입력 2007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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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골女 “병원 갔었다” 남 5.42일 < 여 7.26일

튼튼男 “규칙적 운동” 남 31.1% > 여 25.6%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산다고 건강할까?’

여성이 남성보다 건강하다는 통념을 깨는 통계자료들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공개한 ‘2007년 1분기(1∼3월) 건강지표통계’를 보면 건강보험의 요양급여비용 7조7796억 원 가운데 여성에게 지출된 비용은 4조1795억 원으로 53.7%를 차지했고, 남성의 경우 3조6001억 원(46.3%)이었다.

건강보험 가입자 기준으로 병원을 찾은 횟수는 남성이 1인당 평균 5.42일, 여성이 7.26일이었다. 1인당 진료비용은 남성이 14만9804원, 여성이 17만7280원이었다. 여성이 남성보다 병원을 더 많이 다니고 치료비용을 더 많이 쓴 셈이다.

서울대병원 강남건강진단센터 박진호 교수는 “여성은 임신 출산 등의 특성이 있긴 하지만 노인이 되면서 뼈엉성증(골다공증) 같은 만성질환을 남성보다 더 많이 앓기 때문에 진료비가 많이 드는 편”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의 ‘2006년 사회통계조사’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건강에 자신 없어하면서도 운동이나 건강검진 등 건강을 위한 투자는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자신의 건강이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은 39%, 남성은 50.5%였다. 반면 ‘나쁘다’는 비율은 여성이 19.2%, 남성이 11.6%로 주관적으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건강에 자신 없어했다.

아침식사를 하는 비율은 남성 72.1%, 여성 70.0%로 비슷했지만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비율(남성 31.1%, 여성 25.6%)이나 건강검진을 받는 비율(남성 32.6%, 여성 27.5%)은 여성이 남성보다 5%포인트가량 낮았다.

관동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웅섭 교수는 “여성이 남성보다 사회활동비율이 낮아 직장에서 정기 건강검진 혜택을 받는 기회가 적은 데다 가사 부담 등으로 자신을 잘 돌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는 비율은 여성이 11.5%, 남성이 9.0%였다.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여성이 더 위험한 것으로 보인다. 자살 충동을 원인별로 분류하면 ‘경제적 어려움’(남성 52.6%, 여성 44.9%)에선 남성의 비율이 높았지만 ‘가정불화’(남성 10.7%, 여성 18.9%), ‘외로움’(남성 10.2%, 여성 13.4) 등에선 여성의 비율이 높았다.

한국여성개발원 정진주 박사는 “여성은 가족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는 역할을 많이 하지만 정작 자신은 보살핌을 받지 못해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며 “가정에서 여성이 받는 스트레스가 남성이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보다 지속적이고 강도가 세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TO)의 ‘2007 세계보건통계’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평균 수명은 75세, 여성은 82세다. 전문가들은 남성의 수명이 여성보다 짧은 것은 흡연, 음주 등과 관련된 급성질환으로 숨지는 남성의 비율이 여성에 비해 높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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