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좌파정권 끝날까 봐 초조한 건 DJ 자신 아닌가

  • 입력 2007년 5월 30일 22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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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어제 찾아간 이해찬 전 국무총리에게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 이 전 총리가 책임지고(범여권의) 대통합 문제를 잘 해내길 바란다”고 훈수했다. 26일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에게는 ‘사생결단’을 주문하며 “지금 많은 국민이 초조해하고 있다”고 했다.

DJ는 요즘의 여론을 영 모르는 모양이다. 수없이 쏟아지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명박, 박근혜 씨를 비롯한 한나라당 대선주자 지지율이 총 70% 안팎이다. 23일의 리서치&리서치 조사에서는 ‘범여권의 정계 개편에 관심 없다’는 응답자가 70.7%였다. 이들 70%를 ‘좌파정권이 끝날까 봐’ 초조한 국민으로 볼 수는 없다. 진정 초조한 건 DJ 자신이 아닌가.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한나라당을 이겨야 한다”고 절규하듯이 말한다. 한나라당한테만 정권을 넘겨주지 않으면 무슨 수를 써도 좋다는 뜻으로 들린다. DJ가 왜 이렇게 초조해하며, 무리하게 대선 개입을 하는 걸까.

그는 지난해 10월만 해도 “정치에 일절 간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최근에도 “나같이 물러난 사람은 분수를 지켜야 한다” “물러난 대통령이 현실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민주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한 그다.

DJ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모종의 치명적인 위기에 봉착할 것을 예감하는 것인가. 자신의 전(全) 인생을 부정당해야 할 뭔가가 있는 것인가. 그가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다 알 수 없으나, 어떤 잡탕 통합이라도 좋으니 한나라당만은 이겨야 한다는 주문은 정치 발전에 역행하는 극약처방이다.

49년간이나 정치를 했고 대통령까지 지냈으면 상생의 정치가 뭔지, 다양한 정당의 역할이 뭔지 정도는 잘 알 것이다. 오로지 자신만을 보호하기 위해 21세기 대한민국의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마저 막으려 한다면 이는 역사에 큰 죄를 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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