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베토벤의 인생을 연주한 백건우

  • 입력 2007년 5월 3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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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음악축제 ‘프라하의 봄’ 성황

칸 영화제가 환갑 잔치를 하는 동안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칸 영화제보다 두 살 더 많은 제62회 ‘프라하의 봄’ 페스티벌이 체코 프라하에서 열렸다.

프라하의 봄 페스티벌은 피렌체 5월 축제와 함께 유럽에서 가장 중요하고 사랑받는 음악축제다. 올해도 어김없이 체코 고전음악의 아버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1824∼1884)의 서거일을 기념해 5월 12일 체코필(즈데넥 마찰 지휘)의 ‘나의 조국’으로 막을 열었다.

마이클 틸슨 토머스가 이끄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기돈 크레메르의 크레메라타 발티카, 트럼페터 앨리슨 발솜, 머리 페라이어와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 등이 열띤 경연을 벌이는 가운데 거장 피아니스트 스비아토슬라프 리흐테르를 추모하는 공연이 열려 화제를 모았다.

화제의 주인공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녹음을 진행 중인 백건우(사진). ‘리흐테르 추모 음악회 시리즈’에는 그와 러시아의 안드레이 가브릴로프, 단 두 명의 피아니스트만 초청됐다. 24일 백건우가 선택한 프로그램은 역시 리흐테르가 생전에 명반으로 남겨 놓은 베토벤 후기 소나타 30, 31, 32번. 어쿠스틱이 아름다운 루돌피눔 드보르자크 홀은 만원이었고 입석을 구해 연주를 듣는 사람들도 있었다.

백건우는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작품을 마치 한 작품인 것처럼 휴식 시간 없이 연달아 연주했다. 봄날처럼 사랑스럽고 가볍게 시작했지만 고통 속에서 인생을 성찰한 베토벤의 늦가을날 같은 깨달음이 백건우의 연주 마디마다 시리도록 느껴졌다. 전곡을 연마한 백건우의 연주는 예전에 후기 소나타들을 연주할 때와 또 달라져 있었다. 곡에 베토벤의 살이 붙고 피가 흐르고 있었다. 프라하 청중의 박수는 진실했고 묵직했다.

이날 연주를 마친 뒤 백 씨는 “고통이란 고통은 모두 받은 가장 인간적인 작곡가 베토벤의 모습을 그리려고 했다”고 밝혔다.

“죽을 때까지 베토벤만 쳐도 행복할 것 같다”는 그는 올 12월 예술의 전당에서 일주일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연주를 앞두고 있다. 프라하의 봄 페스티벌은 31일 로시데스트벤스키가 지휘하는 프라하 심포니의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프라하=장일범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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