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 즐기고 싶다고요? 제대로 모는 게 먼저죠

  • 입력 2007년 5월 30일 03시 01분


코멘트
서울 잠실 스피드트랙 이륜차 교육장에서 본보 김성규 기자(왼쪽)가 김현 교관이 뒤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곡선 주로를 돌고 있다. 이륜차 운전 경력만 2년인 김 기자는 운전 자세부터 다시 교정 받아야 했다. 안철민  기자
서울 잠실 스피드트랙 이륜차 교육장에서 본보 김성규 기자(왼쪽)가 김현 교관이 뒤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곡선 주로를 돌고 있다. 이륜차 운전 경력만 2년인 김 기자는 운전 자세부터 다시 교정 받아야 했다. 안철민 기자
“교육받은 그대로 안 하시네요. 양 발 끝이 벌어졌고 다리가 차체에서 떨어졌잖아요. 핸들을 잡은 팔에도 힘이 너무 들어갔어요.”

27일 오전 서울 잠실 스피드트랙 이륜차 교육장. 김현(34) 교관의 입에서 불똥이 튄다. 엔진 배기량 124cc에 불과한 교육용 로드윈 위에서 끙끙거리고 있는 내 모습이란…. 지난 2년간 650cc 오토바이를 몰고 서울 시내 왕복 40km의 거리를 출퇴근했던 베테랑(?) 라이더로서 이 무슨 망신인가.

○ 자칭 베테랑도 알고 보면 초보 수준

서울 잠실의 탄천주차장 안에 있는 이 교육장에서는 국내 이륜차(오토바이) 메이커인 대림자동차가 이륜차 운전자를 위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륜차 면허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1985년부터 지금까지 약 80만 명이 이 교육을 받았다.

교육은 초보자를 대상으로 한 10시간짜리 입문교육과 2시간 반짜리 테크닉 향상 과정으로 크게 나뉘는데 기자는 테크닉 향상 과정에 참여했다.

간단한 몸 풀기를 하고 직선과 곡선 주로가 섞여 있는 교육장 트랙을 3바퀴 정도 돌아본 뒤 운전 경력 10년, 교관 경력 5년의 김 교관에게서 성적표를 받았다. 100점 만점에 라이딩 자세 50점, 곡선 주로 주행 시 시선 처리 50점, 스로틀(자동차로 치면 액셀러레이터) 컨트롤 60점, 저속 주행 컨트롤 60점. 간신히 초보를 넘긴 수준이다.

김 교관은 “이륜차와 자동차는 운전 테크닉이 완전히 다른데도 국내에서는 자동차운전면허증 소지자에게 125cc 이하 오토바이를 몰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것은 크게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사실 125cc 이상을 몰 수 있는 2종 소형 면허증도 아주 형식적인 시험을 통해 발급된다. 헬멧, 무릎보호대 등 안전 장구만 제대로 착용해도 사고 시 부상 확률을 크게 낮출 수 있는데 안전교육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 자동차 운전자에게 운전 허용은 잘못

사정이 이러니 국내 이륜차 문화는 악순환의 연속. 타는 사람도 위험에 노출되고 일반인의 시선도 ‘위험하다’, ‘폭주족이냐’, ‘대기 오염의 주범이다’ 등 곱지 않다.

이날 2시간 반 동안 김 교관의 지시에 따라 연습한 결과 처음보다 훨씬 안정적인 운전이 가능했다. 아메리칸 스타일의 대형 오토바이를 몰고 싶어 면허를 취득한 뒤 입문 교육을 받고 있는 이기헌(54·의사) 씨는 “오토바이를 제대로 모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지만 포기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주위의 반대 때문에 고민이지만 이륜차가 교통수단으로서 장점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