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해인사 ‘등산로 폐쇄’ 갈등 격화

  • 입력 2007년 5월 29일 0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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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해서는 등산로 폐쇄가 불가피하다.”

“등산로를 철조망으로 막는 처사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법보종찰(法寶宗刹)’ 해인사(주지 현응 스님)가 경남 합천군 가야면 가야산 국립공원 내 매화산(남산제일봉·1010m) 등산로를 잇따라 폐쇄하자 등산객과 관광객, 지역상인 등이 반발하고 있다. 해인사와 국립공원관리공단 가야산사무소의 갈등도 심각하다.

▽사찰 주장=해인사는 28일 “국립공원관리공단 가야산사무소가 해인사 주변의 산 곳곳에 등산로를 지정하고 철제 계단을 설치한 뒤 등산객을 유치해 자연 생태계 훼손이 심각하다”며 “사찰 소유 토지인 가야산 관리를 공단 측에 맡길 수 없어 출입을 통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인사가 통제를 공고한 등산로는 매화산 청량사∼남산제일봉 구간 1.9km와 해인사관광호텔∼남산제일봉 구간 2.6km다. 청량사∼남산제일봉 구간은 이미 폐쇄했으며, 나머지 구간은 다음 달 15일부터 통제할 예정이다.

해인사 관계자는 “남산제일봉 등산로는 공원자연보전지구여서 엄격히 관리돼야 한다”며 “해마다 15만 명 이상이 찾아 나무의 뿌리 노출과 경사면 붕괴, 출입금지구역 출입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사찰 측은 훼손 현장의 사진도 공개했다.

해인사 측은 등산로의 훼손을 방치한 가야산사무소장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고, 환경부에도 문책을 요구하기로 했다.

▽등산객과 국립공원관리공단 주장=등산객들은 “대체 등산로 개설 등의 대안 없이 국립공원 지역을 임의 폐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지역 상인들도 “등산로가 폐쇄되면 손님이 줄어 타격을 입는다”고 말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가야산사무소는 최근 해인사 측이 등산로에 철조망을 설치하자 자연공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가야산사무소 관계자는 “등산로 복구를 위해 예산 1억 원으로 공사를 하려 해도 해인사가 반대하고 있다”며 “국립공원 휴식년제, 사전예약제 등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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