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로 최고를]<14>스포츠 모자 만드는 다다C&C

  • 입력 2007년 5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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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스포츠 모자 시장점유율 45%를 차지하고 있는 다다C&C는 다른 회사와 차별화되는 디자인으로 이 분야 세계 1위 자리를 10년째 지키고 있다. 다다C&C 디자이너들이 제품 디자인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위 사진) 쇼룸에 전시된 모자를 살펴보고 있다. 김재명 기자
세계 스포츠 모자 시장점유율 45%를 차지하고 있는 다다C&C는 다른 회사와 차별화되는 디자인으로 이 분야 세계 1위 자리를 10년째 지키고 있다. 다다C&C 디자이너들이 제품 디자인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위 사진) 쇼룸에 전시된 모자를 살펴보고 있다. 김재명 기자
《지난해 미국 슈퍼볼 최우수선수 하인스 워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든, ‘골프 여제(女帝)’ 안니카 소렌스탐. 이들은 우승 트로피를 받을 때 다다C&C가 만든 챔피언 모자를 쓴다. 다다C&C는 미국 4대 프로 스포츠인 미국프로야구(메이저리그·MLB), 미국프로농구(NBA),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 소속된 모든 팀에 모자를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연간 5000만 개의 모자를 만드는 스포츠 모자 세계 1위 기업이다. 1998년 세계 정상에 올라선 뒤 10년째 정상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은 45%에 이른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리복, 휠라 등 세계적인 스포츠 용품 업체에 제조업자가 디자인을 제안하는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납품하고 있다.》

○ “디자인으로 승부한다”

23일 찾아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다다C&C 본사 10층 쇼룸에는 1200여 개의 모자가 진열돼 있었다.

나이키, 아디다스, 휠라 등 상표는 다양하지만 모두 이 회사에서 직접 디자인한 제품이다. 스포츠 용품 회사가 주문하는 것만 납품하지 않고 자체 디자인한 제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단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에 비해 30% 이상 높은 가격을 받는다.

다다C&C는 값싼 중국산 제품과 가격 경쟁을 하는 대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차별화를 하기 위해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 본사에 근무하는 전체 직원 220여 명 중 57명이 디자인 인력일 정도로 이 분야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디자인만 차별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회사가 만들지 못하는 모자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 회사가 국내외에서 출원했거나 출원 중인 특허권이 260여 개에 이른다.

별도의 조절 장치 없이 머리 크기에 따라 자동으로 사이즈가 조절되는 모자, 챙과 머리 부분을 이음매 없이 연결한 모자 등이 이 회사가 개발한 대표적인 제품이다.

○ 재봉틀 5대로 시작

다다C&C는 1974년에 설립된 대도통상이 모태다. 건축자재 무역업을 하던 박부일 회장이 미국에 출장 갔다가 스포츠 모자를 쓰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돈이 되겠다’는 생각에 재봉틀 5대로 시작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 이름 없는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이 회사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원동력은 시장의 변화에 잘 대처했기 때문이다.

다다는 팀 로고 등을 프린트로 모자에 찍던 시절 가장 먼저 자수를 이용해 모자의 고급화를 선도했다.

‘소품종 대량생산’이 대세를 이루던 1992년 대당 가격이 1억 원이 넘던 컴퓨터 자수기 100대를 구입해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에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 미국 4대 스포츠 리그 팀의 공인 모자는 팀당 한 종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모자 업체는 팀당 한 종류의 모자만 만드는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1993년부터 미국 프로 스포츠 팀들이 정체돼 있던 모자 매출을 늘려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인 모자의 디자인과 색상 변경이 가능하도록 했다.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던 회사들은 수익성이 떨어져 바이어들의 새로운 요구를 수용할 수 없었다.

다다는 이미 컴퓨터 자수기를 대량으로 구입해 놓고 있었기 때문에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가 열리면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미국 4대 스포츠 리그에 모자를 납품하면서 나이키, 리복 등 세계적인 스포츠 용품 회사에서도 주문이 밀려들어 왔다.

1997년 600억 원대였던 매출은 이듬해 1000억 원을 돌파하면서 스포츠 모자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0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고도 순익이 3억 원밖에 되지 않는 것도 설비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설비 투자에 200억 원을 쏟아 부었다.

○ 브랜드 포기, 품질 향상 주력

다다C&C는 스포츠 모자 분야 세계 1위 기업이지만 일반인에게는 생소하다. 다다C&C로 회사 이름을 바꾸기 전, 1985년부터 올해 4월까지 20년 넘게 사용해 온 ‘다다실업’이란 이름도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가장 큰 이유는 자체 브랜드가 없기 때문이다.

모자는 스포츠 용품 시장에서 신발이나 운동복처럼 메인 아이템이 아니어서 브랜드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신발이나 운동복 같은 메인 아이템을 사러 갔다가 같이 사는 경향이 강해 중소기업이 자체 브랜드로 세계적인 스포츠 회사들과 경쟁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다C&C는 자체 브랜드를 갖지 않는 대신 품질로 승부했다. 마케팅에 들어갈 돈을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에 돌렸다.

박성기 사장은 “새 브랜드를 내놓으면 마케팅과 유통 등에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우리는 제품 개발과 생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도전-창조 있는 곳에 보상 있다▼

함광석 다다C&C 개발본부장은 올여름 휴가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아내와 함께 5박 6일 일정으로 하와이 여행에 나설 계획이기 때문이다. 함 본부장은 지난해 말 초대 ‘아이디어맨’에 선정돼 부부 동반 하와이 여행권을 상품으로 받았다.

지난해 그가 내놓은 아이디어가 직원들에게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추천 순위 2위부터 5위까지는 동남아 여행권이 주어졌다.

다다C&C는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로 직원들의 사기도 살리고 생산성도 높이고 있다.

디자이너와 제품 개발자들은 자신이 출시한 제품 판매량에 따라 별도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제품이 ‘대박’이 나면 제품 개발에 기여한 직원에게 보상하기 위한 제도다.

직원들이 인센티브로 얼마를 받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가장 많이 받는 직원은 1년에 1000만 원 정도 받는다고 한다.

연말에는 회사 순익의 10%를 모든 직원에게 성과급으로 돌려주고 있다. 지난해는 설비 투자를 많이 해 순익이 3억 원밖에 안 돼 경상이익의 10%를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주었다.

김문호 상무는 “성과가 있는 직원들에게 그에 걸맞은 보상을 해 준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에 상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답게 직원들의 외국어 학습을 권장하기 위해 어학 성적이 좋으면 성과급을 준다. 영어의 경우 토익 900점 이상을 받으면 매달 20만 원이 지급된다. 평사원은 2년간 받을 수 있고, 과장급 이상 직원이 900점 이상 받으면 퇴사할 때까지 받는다.

정은수 과장은 “회사 분위기가 직원들이 어떤 일에 계속 도전하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다다C&C의 ‘C&C’는 도전(Challenge)과 창조(Creation)를 의미한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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