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회 칸 국제영화제 결산]칸, 거장보다 신예 택했다

  • 입력 2007년 5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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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려상을 수상한 ‘4개월…’의 크리스티안 문지우 감독.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4개월…’의 크리스티안 문지우 감독.
《27일(현지 시간) 폐막한 제60회 칸국제영화제의 진짜 주인공은 루마니아 영화였다. 매년 10∼15편의 영화만 제작돼 세계영화계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루마니아 영화가 칸영화제 본상 최고상인 황금종려상과 ‘주목할 만한 시선’의 그랑프리를 동시에 가져갔다.》

영화제 기간 내내 유력한 황금종려상 후보로 거명되던 크리스티안 문지우(39) 감독의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이 마침내 루마니아에 첫 황금종려상을 안겨 준 것. 이 영화는 매우 사실주의적인 화면을 통해 공산 치하 차우셰스쿠 독재시절 비밀낙태를 시도한 한 여대생과 그를 돕는 룸메이트가 겪게 되는 충격적 상황을 그림으로써 전체주의 체제의 비인간성을 비판했다. 이에 앞선 26일 새로운 감독을 발굴하는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그랑프리 작품으로 선정된 크리스티안 네메스쿠 감독의 ‘캘리포니아 드림’도 루마니아 영화였다. 지난해 27세의 나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은 감독의 이 영화는 코소보전쟁 기간 코소보와 가까운 루마니아의 한 역에서 벌어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문화충돌을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루마니아 영화관계자들은 “오늘은 루마니아 영화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연 날”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 루마니아 영화평론가는 문지우 감독에게 “오늘밤 당신을 알지 못하는 수많은 루마니아인이 당신에게 감사하는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칸의 선택’의 다른 특징은 휴머니즘에 대한 주목이다.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은 끔찍한 불법 낙태수술의 비인간적 실태를 고발했다. 미국 유명 화가 출신인 줄리언 슈나벨 감독에게 감독상을 안겨 준 ‘잠수종과 나비’는 패션잡지 ‘엘르’의 편집장으로 있다가 갑작스레 전신마비에 걸린 장도미니크 보비의 인간승리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또 칸이 사랑했던 거장에 대한 예우보다 신예들을 주목했다. 본상 수상작에서 코언 형제, 에미르 쿠스투리차, 쿠엔틴 타란티노, 왕자웨이(王家衛) 등 명장들의 작품이 대거 탈락했다. 황금종려상과 남녀주연상, 각본상, 심사위원상은 모두 칸의 공식경쟁부문에 처음 이름을 내민 감독이나 배우에게 돌아갔다. 역대 수상자로는 그랑프리를 수상한 일본 여성 감독 가와세 나오미나 60회 기념상을 수상한 미국의 거스 밴 샌트 정도가 상을 탔다.

무려 5편의 영화가 초청됐던 미국 영화가 거스 밴 샌트 감독의 ‘파라노이드 공원’을 제외하곤 수상작을 한 편도 내지 못한 것도 특기할 만한 점이다.

반면 국적을 따지기 힘든 다국적 영화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감독상을 수상한 ‘잠수종과 나비’도 미국 감독이 연출을 맡았지만 프랑스 배우를 기용해 프랑스어로 촬영한 양국 합작영화다. 심사위원상을 받은 멕시코의 카를로스 레이가다스 감독의 ‘조용한 빛’은 주연배우들이 멕시코, 캐나다, 카자흐스탄 출신으로 구성됐고 네덜란드어가 섞인 독일어 방언으로 촬영됐다.

영화감독의 정체성이 다국적인 경우도 많았다. 각본상을 받은 ‘천국의 언저리’의 파티 아킨 감독은 독일 태생 터키인으로 주로 독일에서 활약한다. 심사위원상을 공동수상한 ‘페르세폴리스’의 마르자네 사트라피 감독은 이란 출생으로 20대 이후 프랑스에서 살고 있다.

칸=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전도연 효과’…‘밀양’ 예매율 껑충▼

‘칸의 여인’ 전도연의 효과는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8일 전도연의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이후 영화 ‘밀양’의 예매율이 급증하고 있다.

27일까지 기록한 ‘밀양’의 개봉 첫 주 관객 수는 전국 35만 명(서울 관객 12만 명). 같은 날(23일) 개봉해 24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캐리비안의 해적’에 크게 뒤졌다.

그러나 10%대에 머물던 ‘밀양’의 예매율은 28일 ‘인터파크’ 영화 예매 사이트에서 30%대로 급상승해 ‘캐리비안의 해적’(30%대)을 위협하고 있다. 또 인터넷 영화 포털 사이트 ‘맥스무비’에서는 누리꾼 413명을 대상으로 ‘밀양’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203명(49.2%)이 ‘수상 소식에 보고 싶어졌다’고 답하는 등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본상 수상작>

▽황금종려상=크리스티안 문지우(루마니아) 감독의 ‘4개월, 3주 그리고 2일’

▽그랑프리(심사위원대상)=가와세 나오미(일본) 감독의 ‘모가리의 숲’

▽60회 기념상=거스 밴 샌트(미국) 감독의 ‘파라노이드 파크’

▽감독상=‘잠수종과 나비’의 줄리언 슈나벨(미국)

▽여우주연상=‘밀양’의 전도연(한국)

▽남우주연상=‘추방’의 콘스탄틴 라브로넨코(러시아)

▽각본상=파티 아킨(독일) 감독의 ‘천국의 언저리’

▽심사위원상=마르자네 사트라피(이란), 뱅상 파로노(프랑스) 감독의 ‘페르세폴리스’, 카를로스 레이가다스(멕시코) 감독의 ‘고요한 빛’

▽황금카메라상(신인감독상)=‘메두조’의 에트가 케레트, 쉬라 게펜 감독(이상 이스라엘)

▽최우수단편영화상=엘리자 밀러(멕시코) 감독의 ‘비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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