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전국 68곳서 2만7738명 응시

  • 입력 2007년 5월 2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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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수험생” 제2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 치러진 27일 서울 종로구 송현동 덕성여중 고사장에서 한 어린이가 진지하게 문제를 풀고 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전국 68개 고사장에서 실시한 이번 시험에는 2만7738명이 응시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김미옥 기자
“나도 수험생” 제2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 치러진 27일 서울 종로구 송현동 덕성여중 고사장에서 한 어린이가 진지하게 문제를 풀고 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전국 68개 고사장에서 실시한 이번 시험에는 2만7738명이 응시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김미옥 기자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유영렬)가 주최하고 동아일보사가 후원하는 제2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 27일 전국 68개 고사장에서 실시됐다.

평가 등급은 1∼6급까지로 제1회(2006년 11월) 시험에 비해 1만2338명이 늘어난 2만7738명이 응시했다. 6개월 만에 응시생이 80% 급증해 ‘한국사 시험 돌풍’이 예고되고 있다.>>

○ ‘한국사 인기몰이 이유 있다’

가족, 학군단, 학교 단위의 단체 응시가 많았다. 인천 양명여고 학생 518명을 비롯해 충남 공주 한일고, 강원 횡성 민족사관고, 경기 안양 양명고 등 9개 중고교에서 단체로 응시했다.

국민대 학군단 등 4개 대학 학군단에서도 단체 응시했다. 가족으로는 전국에서 총 18가구 57명이 시험에 응시했다. 장애인, 외국인 응시자도 있었다. 시각장애인 2명은 특수 시험지로 시험을 치렀으며 뇌성마비장애인 1명도 시험을 보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유일한 외국인 응시자였던 일본인 다카시로 겐토(21) 씨는 “한국의 역사를 잘 알고 싶었다”고 응시 이유를 밝혔다. 최고령 응시자는 최병두(78·경기 고양시) 씨, 최연소 응시자는 김정중(7·경기 안산시) 군이었다.

이런 열기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학교와 기업체의 입시 또는 입사 전형에 활용하기로 한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 국사편찬위원회, 교학사는 이 시험 결과를 입사 전형에 활용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2월 1, 2급 취득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지난해 이 회사에 1만6000명이 지원해 1000여 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이다.

남기명 우리은행 HR전략팀 부장은 “올바른 국가관을 가진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선발기준에 한국사 지식을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교육기관 중에서는 성균관대가 수시 전형 중 동양학인재전형 지원 자격을 1, 2급 수여자에게 부여하기로 했으며, 한일고도 입학시험에서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 ‘우리 것’에 대한 열기 확인돼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일고 있는 ‘우리 것’에 대한 높은 관심(본보 5월 8일자 A17면 참조)도 한국사 시험 열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동북공정에 대한 자각, 18세기 조선시대를 다룬 책들과 TV 사극의 인기 등으로 최근 특수를 누리는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시험보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시험 응시 목적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시자의 44.8%인 1만2417명이 ‘실력 확인’이라고 답했다. ‘진학’과 ‘취업’이라고 답한 응시자는 전체 44.3%인 1만2280명이었다.

이날 1급에 응시한 진영관(62·법무사) 씨는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중국과 일본에서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알 것 아니냐”며 “며칠 동안 여러 권의 책을 사서 독학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광식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국민이 국사에 관심이 많은 것 같지만 일본과 비교해 볼 때 국사 지식은 의외로 빈약한 편이다. 이러한 시험이 더 확대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의 문항은 1∼4급 50문제, 5∼6급 40문제로 구성되었으며 단순 암기나 이해로는 어려운 통합적 사고가 요구되는 문제들이 많았다.

장득진 국사편찬위원회 편사기획실장은 출제 경향과 난이도에 대해 “1회 시험보다 난도를 많이 낮췄다. 지난해에는 합격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역사 대중화 측면에서 그런 부분을 배려했다. 컬러 시험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유물을 중심으로 한 문화 문제도 많이 실었다”고 설명했다.

응시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3급에 응시한 서민교(18) 군은 “난이도가 수능모의고사와 비슷했다.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고 밝힌 반면 2급에 응시한 서주영(23) 씨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서 암기도 요구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시험이 끝난 뒤 응시자들은 회원수가 5000여 명인 온라인 동호회 ‘부엉이의 한국사능력검정시험(cafe.daum.net/coreahistoryexam)’에 모여 후기를 나누고 정답을 맞춰보기도 했다.

미숙한 운영을 지적하는 글도 있었다. ‘그림자X’는 “지난해 말에 시내버스 노선이 바뀌었는데 이를 반영하지 않아 고사장을 찾아가는 데 애를 먹었다”고 지적했다. 최영묵 홍보관은 “앞으로는 이런 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성적은 6월 29일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홈페이지(www.historyexam.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는 가족상을 신설해 3인 이상 응시자 가족 중 최우수 가족에게 해외 역사탐방 기회를 부여한다.

급수별 성적 우수자와 성적 우수자의 지도교사에게도 같은 기회가 부여된다. 최고령·최연소 합격자에게도 상장 및 부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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