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비단길 보물선을 찾아라…中, 대대적 발굴

중국이 중동 및 유럽을 향해 항해하다 '해상 비단길(Silk Road)'에서 침몰한 고대 중국 무역선의 조사 및 발굴 작업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당시 침몰한 배와 배에 실렸던 도자기 등 무역품을 조기에 인양함으로써 도굴꾼에 의한 해저문화재 약탈을 막고 지금까지 물증이 없어 제대로 연구할 수 없었던 '해상 비단길'을 본격적으로 연구한다는 방침이다.

▽해저 보물선 10여 곳 발굴=1996년 중국의 한 어민이 남중국해의 '시샤(西沙)군도'에서 고기잡이를 하다 우연히 '화광자오(華光礁) 1호'를 발견한 이후 중국 정부는 10여 년간 시샤군도에 대한 조사 작업에 힘을 쏟았다.

이에 따라 화광자오 2~4호와 위줘자오(玉琢礁) 1~3호, 베이자오(北礁) 6~9호 등 10척의 침몰한 무역선을 추가로 찾아냈다.

앞서 1978년엔 중국 광저우(廣州) 시가 영국의 한 회사와 공동으로 840여 년 전의 송대 무역선 '난하이(南海) 1호(본보 3일자 A16면 보도)'를 발견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7월 '난하이 1호'를 인양하는 것을 시작으로 올해 9월경 '화광자오 1호'도 건져 올릴 계획이다.

▽보물선 가치 천문학적=침몰한 무역선과 배에 실린 화물은 돈으로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천문학적인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6만~8만 점의 도자기와 동전, 은괴 등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진 '난하이 1호'는 현재 골동품 경매장에서 팔리는 시세만으로도 1000억 달러(최대치 추정)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05년 6월 한 어민이 푸젠(福建) 성 핑탄완자오(平潭碗礁) 부근 해역에서 고기잡이를 하다 우연히 발견한 청대 무역선 '완자오(碗礁) 1호'에는 강희제(康熙帝) 시절 도자기 1만6000여점이 실려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화광자오 1호'에도 남송 시대의 도자기 1만점이 들어있다.

▽해상 실크로드 연구 활발해질 듯=중국 정부가 값비싼 고대 도자기 등 보물의 물질적인 가치보다도 더 중시하는 것은 유물들이 바로 고대 해상 실크로드의 물증이라는 점이다.

고대 동서양을 잇는 실크로드는 '초원 길'과 타클라마칸 사막을 관통하는 중국 서역(西域)길, '해상비단길' 등 3곳으로 알려졌지만 해상비단길은 그동안 역사책에만 기록이 있었을 뿐 물증이 없어 입증이 쉽지 않았다.

광둥 성 주장(晝講)문화연구회의 황웨이쭝(黃偉宗) 회장은 "중국 문화사상 중대한 양대 발견은 갑골문자와 둔황(敦煌)"이라며 "두 가지 발견이 갑골학과 둔황학을 만들어냈듯 이번 무역선의 발굴 및 인양은 '해상 비단길학(學)'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