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위상 높아졌지만 아직 갈길 멀어”

  • 입력 2007년 5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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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국학 지원하는 국제교류재단 임성준 이사장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미국 대학에서 한국학은 ‘낯선’ 학문이었다. 당시 한국학 교수는 미 전역에서 37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에서 한국학 교수는 200여 명으로 늘었다. 한국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도 하버드대, 컬럼비아대를 비롯해 124개 대학에 이른다.

그동안 한국 위상이 커진 것도 이유지만 한국학을 지원해 온 국제교류재단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국제교류재단은 미국에서 한국학 진흥을 주도해 온 점을 인정받아 최근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밴플리트상’을 받기도 했다.

밴플리트 상 수상을 위해 최근 뉴욕에 온 국제교류재단의 임성준(사진) 이사장은 “해외에서 한국 전문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한국에 우호적인 친구를 많이 만드는 데 한국학 지원의 의미가 있다”며 “한국학에 대한 관심이 언어와 문학에서 최근에는 영화, 경제, 국제관계로까지 확대된 점이 매우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아시아학회 회장에 한국불교를 전공한 로버트 버스웰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선출돼 한국학의 높아진 위상을 입증하기도 했다.

그러나 임 이사장은 “미국에서 한국학은 중국학이나 일본학에 비하면 여전히 연구 환경이 척박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고구려사를 전공한 마크 바잉턴 하버드대 고구려사 프로젝트 소장의 경우 최근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받고도 적절한 자리가 없자 한때 고구려사 연구를 포기하고 미 국무부에 들어가 일하는 것을 검토했다. 다행히 국제교류재단 지원으로 5년 기간의 연구 프로젝트를 맡아 연구를 계속하기로 했다.

그러나 임 이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한국학에 대한 관심은 커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 높아진 관심이 눈에 띈다는 것.

“몇 년 전 이집트 명문대학인 아인샴스대에 한국어과가 설치돼 매년 35명이 신입생을 받고 있어요. 한국어 웅변대회가 성황리에 열릴 정도로 이 나라에서는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튀니지와 요르단에서도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어요. 최근에는 이란에서도 드라마 ‘대장금’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기대가 많습니다.”

임 이사장은 “한국은 중국과 일본이라는 큰 나라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노력이 없으면 해외에서 한국이라는 존재가 자칫 묻혀 버릴 수 있다”며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에 걸맞은 한국의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지원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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