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잘사는 사람과 소득격차 커지면 불행

  • 입력 2007년 5월 24일 15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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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수준보다는 소득의 분배 상황이 한국인의 행복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민국의 절반에 이르는 중산층이 느끼는 자본주의에 대한 이미지는 빈부 격차이며, 이들 중산층은 국회와 정부, 청와대를 가장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경제연구소와 성균관대는 24일 제4차 한국종합사회조사(KGSS) 결과 나타난 한국 중산층과 저소득층 등에 대한 분석 내용을 공개했다.

KGSS는 두 기관이 미국 시카고대 주도로 세계 39개국이 참여해있는 '국제사회조사기구'에 가입한 이후 2003년부터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조사로, 지난해에 전국의 18세 이상 남녀 1605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 한국인의 행복감, 소득수준과 무관

설문대상에게 `모든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요즈음 귀하의 생활 전반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 또는 불만족하십니까'라고 묻고 불만족(1), 중간(2), 만족(3)이라는 선택지를 줬을 때 평균 만족도와 월평균 가구소득은 별다른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가구소득이 없는 응답자의 평균만족도는 2.44, 100만 원 미만은 2.23, 100만 원에서 200만원 사이는 2.25로 모두 월평균 가구소득이 700만 원 이상인 응답자의 평균만족도 2.22보다 높았다.

월평균 가구소득이 200만~300만 원인 응답자의 평균만족도는 2.13, 300만~400만 원은 2.12, 400만~500만 원은 2.15, 500만~600만 원은 2.04, 600만~700만 원은 2.18로 모두 월평균 가구소득 200만 원 이하인 응답자보다 만족도가 떨어졌다.

이동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지만 자신보다 잘사는 사람과의 소득격차가 커지면 불행해진다"면서 "실질적인 소득수준보다는 자신이 느끼는 소득, 즉 소득의 분배상황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조사결과 행복한 한국인의 7가지 특징은 나이가 20~30대로 젊고 자신의 소득과 계층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생각하며 가족과 여가를 중시하고 교육수준이 높고, 사람과 사회를 신뢰하며 종교행사에 자주 참석하고 믿음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빈곤에 대한 정의는 소득수준에만 연관돼 왔지만 소득수준보다 소득분배상황이 만족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향후 복지정책이 현금 이전 등 공공부조 위주에서 탈피해 교육과 문화, 일자리 창출 등 사회서비스로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중산층 경제 만족도 답보

KGSS 설문 대상자 중 월평균 총가구소득이 200만~499만 원 사이인 중산층은 775명으로 전체 설문 대상자의 49%였다.

2003년 KGSS 조사 당시 52%였던 이들 중산층의 가정경제만족도는 답보상태로 총가구소득이 200만 원 미만인 저소득층과 500만 원 이상인 상류층의 가정경제만족도가 3년 전에 비해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들 중산층의 82%는 한국 국민인 것을 자랑스러워해 자부심을 느끼는 이가 45%에 불과한 저소득층과 대조를 이뤘다.

중산층의 72%는 정부의 기업정책과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했으며, 76%는 환경부문에, 35%는 국방부문에 정부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중산층의 40%만 남편이 부인보다 나이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남편은 돈 벌고 아내는 가정과 가족을 돌본다는 전통적인 성역할에 찬성한 중산층은 37%, 결혼 후 친정과 시집 둘 다 도움이 필요할 때 시집이 우선이라는 데 찬성한 중산층은 33%였다.

남아를 선호한다는 중산층은 39%였으며 장남이 상속해야 한다는 중산층은 34%였다.

현재의 생활수준이 부모세대와 비교해 좋아졌다는 중산층은 77%, 부모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한다는 중산층은 23%였다.

직업이 상용직이라는 중산층은 76%, 맞벌이를 한다는 중산층은 70%나 됐으며 전반적인 결혼 만족도는 60%에 불과했다.

현재 생활 전반에 대해 상류층은 49%가 만족스럽다고 답했고, 저소득층은 33%가 불만족스럽다고 답했으나 중산층의 경우 가장 많은 42%가 만족도 불만족도 아닌 중간상태라고 답했다.

◇ 중산층, 국회·정부·청와대 불신

중산층이 생각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이미지는 3년 전에 비해 부정적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주의에 대한 이미지로 물질적 풍요를 꼽은 중산층은 3년전 31%에서 21%로 감소한 반면 빈부격차는 26%에서 32%로 경쟁은 17%에서 20%로 증가했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해 좋아질 것이라고 답한 중산층은 3년 전의 43%에 비해 48%로 늘어나 긍정적인 견해가 우세했다.

중산층의 우리나라 정치에 대한 만족도는 불만족 의견이 74%로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중산층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1위로 건강을 꼽았으며 2위는 가족, 3위는 돈, 4위는 친구, 5위는 종교, 6위는 일, 7위는 여가 순이었다. 3년 전과 비교하면 10위를 차지했던 종교가 5단계 상승했으며, 일은 3위에서 3단계 하락했다.

중산층이 가장 신뢰하는 사회기관은 공동 1위가 금융기관·의료계·학계였으며, 공동 4위는 군대와 대법원, 6위는 시민단체, 공동 7위는 대기업과 TV방송사, 9위는 교육계, 공동 10위는 신문사와 종교기관, 12위는 노동조합이었으며, 청와대와 지방정부, 중앙정부, 국회는 각각 13위, 14위, 15위, 16위로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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