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배후설’ 미스터리로 남나

  • 입력 2007년 5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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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검찰은 22일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전직 요원인 안드레이 루고보이(사진) 씨를 같은 기관원 출신인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씨 독살 사건 피의자로 기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에 거주 중인 루고보이 씨는 1996년 리트비넨코 씨와 함께 FSB 기관원으로 일하다가 보안회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그동안 러시아 언론 인터뷰에서 살인 혐의를 부인해 왔다.

영국 검찰은 이날 오전 “루고보이 씨를 살인 피의자로 기소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다”며 러시아에 루고보이 씨의 강제추방을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루고보이 씨는 지난해 11월 1일 런던 밀레니엄호텔 1층 파인 바에서 리트비넨코 씨가 마신 홍차에 방사능 물질 폴로늄 210을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폴로늄 210은 인체 내부에서 적혈구와 장기 파괴를 일으키는 방사능 물질이다.

영국 검찰이 루고보이 씨를 피의자로 결론 내린 것은 독살 사건을 전후한 행적이 방사능 오염 흔적과 일치하기 때문. 그가 지난해 10월 16일부터 같은 해 11월 1일까지 들른 런던의 호텔과 음식점에는 예외 없이 폴로늄 210 오염 흔적이 남았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 살인의 배후는 언급되지 않았다. 리트비넨코 씨는 숨지기 직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배후로 지목한 바 있다.

영국 측이 모스크바로 수사 요원을 보내기도 했으나 러시아 측이 사건 관할권을 주장하는 바람에 러시아 검찰이 루고보이 씨를 조사하는 과정에만 입회자로 참여했다.

독살 배후가 드러나지 않음으로써 이번 사건 수사 결과는 ‘반쪽의 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러시아가 루고보이 씨를 추방하거나 이번 수사 결과를 수용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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