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퇴장을 위하여… 죽음대비 교육지침서 나왔다

  • 입력 2007년 5월 21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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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음에 대비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대부분이 머뭇거릴 것이다. 하지만 이젠 대답할 수 있게 됐다. 죽음을 앞두고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 지침을 담은 ‘웰 다잉 전문 지도강사 매뉴얼’이 나왔기 때문이다. 사회복지법인 ‘각당(覺堂)복지재단’ 산하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회장 홍양희)는 표준화된 죽음교육 교재를 만들었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국내 최초의 지침서다. 이 단체는 2002년부터 매년 두 차례씩 서울 중구 정동 성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죽음교육 강좌를 열고 있다.》

이 매뉴얼에는 양로원, 노인복지센터, 실버타운 등지에서 노인들에게 교육할 때 사용할 프로그램과 강의안 등이 담겨 있다. 한국인의 죽음관 등 이론뿐만 아니라 유언장 작성하기, 인생 그래프 그리기, 사진으로 자서전 쓰기 등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 위주다.

이 매뉴얼에 따르면 죽음을 앞두고 배우자나 자식 등에게 느꼈던 섭섭하거나 억울했던 감정을 ‘모노드라마’의 주인공처럼 표현해 보면 도움이 된다. 서운하고 억울한 감정을 갖게 했던 상대방이 바로 자기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상대방에게 말하듯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감정이 걸러져 마음이 차분해진다. 강사들은 노인에게 맞장구를 쳐주거나 공감을 표시하라고 돼 있다.

미리 유언장을 써보고 싶으면 △인생을 정리하며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 △믿는 신에게 드리는 말 △두고 가는 사랑하는 가족에게 하는 말 △누구에게든지, 무슨 일이든지 꼭 하고 싶은 말 등을 담아야 한다. 유언장은 자신의 삶을 정리해 보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다. 유언장은 상대방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작성하도록 권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례식의 구체적인 절차나 방법, 장례식 장소, 수의, 영정 사진, 관, 매장 또는 화장 여부 등 장묘 방법을 찾는 과정을 통해 죽음에 대한 준비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존엄한 권리라는 걸 일깨워 주는 대목도 들어 있다.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릴 적부터 슬픈 일, 기쁜 일, 화났던 일들을 나이 순서대로 점을 찍는다. 기쁜 일은 높게, 슬픈 일은 낮게 점을 찍어 이 점들을 이으면 그래프가 생긴다. 그래프에 얽힌 사연을 적어보면 인생의 부침이 한눈에 드러난다. 인생을 정리하고 남은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 매뉴얼의 집필자는 정진홍 한림대 과학원 특임교수, 허대석 서울대병원 암센터 소장, 전병식 배화여대 교목실장 등이다.

정 교수는 “웰 다잉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여러 가지 죽음 교육 강좌가 생겨났지만 아마추어 수준의 교육을 하는 곳도 있어 이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는 1991년 설립됐으며 ‘죽음준비교육 지도자 과정’을 만들어 400여 명의 죽음준비교육 강사를 배출했다.▶본보 5월 19일자 A17면 참조

홍 회장은 “그동안의 교육 경험을 담은 이 책이 맞춤형 웰 다잉 교육 현장에서 소중하게 쓰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책은 시판되지 않는다. 책에 대한 문의는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02-736-1928)로 하면 된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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