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新천재론]<10>세계로봇대회 출전 강태호 군

  • 입력 2007년 5월 21일 03시 05분


코멘트
인간에게 편안함을 주는 로봇을 만들겠다는 강태호 군. ‘로봇월드 2006’에서 창작 로봇 ‘롤리폿’으로 산업자원부 장관상을 받은 강 군의 재능은 상상을 현실화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끈기에 있다. 신원건  기자
인간에게 편안함을 주는 로봇을 만들겠다는 강태호 군. ‘로봇월드 2006’에서 창작 로봇 ‘롤리폿’으로 산업자원부 장관상을 받은 강 군의 재능은 상상을 현실화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끈기에 있다. 신원건 기자
《남자아이라면 초등학교 시절 한 번쯤 태권V, 건담 등 조립식 장난감 로봇을 만들어 본 추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초등학생에게 “꿈이 뭐야”라고 물으면 대부분 “과학자요”라고 대답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고교를 넘어 나이가 들면서 대부분 로봇은 희미한 어릴 적 향수로 남을 뿐이다.

그래서 강태호(17·서울 중동고) 군이 더욱 유별나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그는 여전히 ‘아이 적 꿈’을 간직한 채 로봇에 매달리고 있다.

강 군은 지난달 28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07 로보페스트’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해 자신이 만든 로봇을 세계에 선보였다.

그가 출품한 로봇은 ‘롤리폿(Rolypot)’.

‘롤리폴리(rolypoly·오뚝이)’와 ‘로봇(robot)’을 합쳐 만든 이름이다.

높이 60cm의 이 로봇은 몸을 좌우로 흔들며 앞뒤로 움직인다.

위로 뻗은 팔에는 메시지를 삽입할 수 있는 광고판을 달고 있다.》

강 군은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로봇월드 2006’에서 로봇 창작부문 최우수상인 산업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했고 ‘로보페스트’ 대회 참가 자격을 얻었다.

이달 초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만난 강 군은 커다랗고 순한 눈에 말투가 차분한 고등학생으로 보였다. 미국 대회에서 입상을 못하고 귀국한 직후라 그런지 조금은 침울해 보였다. 하지만 로봇 이야기가 나오자 금세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다.

“자∼ 롤리폿의 핵심은 두 바퀴로 중심을 잡는 거예요. 두 바퀴 로봇을 세우기 위해 처음에는 바닥과의 거리를 인식해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이를 통해 로봇을 세우는 거리 센서 시스템을 이용했어요. 하지만 바닥에 동전이나 이물질이 있으면 쓰러졌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다 자이로 센서와 엑셀 센서를 사용하게 됐어요. 자이로로 매 순간 각의 변화를 측정해 수치화하고 엑셀은 각의 크기를 계산합니다. 각 센서가 얻은 값이 합쳐지면서 로봇이 중심을 잡고 서 있게 됩니다.”

강 군의 눈이 반짝거린다. 이해를 잘 못하는 기자를 위해 그는 롤리폿의 용도에 대한 설명으로 말을 바꿨다.

“로봇을 서게 한 후 팔을 만들어 광고판을 붙였어요. 이종격투기 K-1을 보다 라운드 걸이 피켓을 들고 도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로봇이 팔에 광고판을 들고 있으면 얼마나 선전 효과가 극대화될까요. 하하”

놀라운 점은 모든 과정을 그가 혼자 연구해 만들었다는 사실. 그의 재능은 상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현실화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끈기에 있었다. 한국과학영재콘텐츠협회 김정현 부장은 “일반 고등학생과 달리 스스로 생각하고 이를 현실화하고 오류를 수정하는 능력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강 군이 무언가 만들기 시작한 것은 두 돌 때부터. 어머니 전화성(44·프리랜서 디자이너) 씨와 백화점에 간 그는 완구코너에서 인디언 모양의 ‘레고’를 골랐다. 백화점 직원이 부품이 너무 작아 두 돌짜리 아기는 삼킬 수 있다고 만류했지만 떼를 쓰는 강 군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전 씨는 “그때부터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하면 밤을 꼬박 새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섯 살 때였어요. 볼트, 너트를 이용해 조립하는 과학상자를 사달라고 졸라 사줬더니 제대로 못 만들었어요. ‘조금 만지다 안 되면 그냥 자겠지’라는 생각으로 잠이 들었는데 오전 4시에 소리가 나서 깼어요. 글쎄 태호가 매뉴얼을 보고 열심히 만들고 있었죠. 다섯 살짜리가 무리한다 싶었는데 다음 날 유치원에 갔다 천식에 걸렸어요.”

강 군의 집중력은 주위의 혀를 내두르게 한다. 1500개의 퍼즐을 잠시도 쉬지 않고 끝날 때까지 맞추기도 했고 매미 유충을 잡아다 방충망에 넣고 매미가 나오는 장면을 찍으려고 밤새 캠코더를 들고 그 앞에 서있기도 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선 모형 선박, 항공기, 수륙양용차 등을 일주일에 하나씩 만들었다.

끈기와 집중력에 창의력이 스며들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강 군은 이 시기부터 독창적인 것을 만들기 시작했다.

“매뉴얼대로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것 같아서 싫어졌어요. 3학년 때 처음으로 쓰레기를 줍는 창작 로봇을 만들었어요. 롤리폿도 TV 뉴스에서 ‘세그웨이(Segway·2001년 미국 발명가 딘 케이멘이 개발한 두 바퀴 1인용 교통수단)’를 보고 그 원리를 궁금해하다 시작했어요.”

남다른 그만의 ‘무언가’가 튀어나온 순간이다. 외부 도움 없이 각종 로봇을 스스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롤리폿을 만들기 위해 ‘투 휠드 밸런싱 로봇(two wheeled balancing robot)’을 만드는 원리를 인터넷을 통해 수집했다. 로봇 제작에 필요한 설계 프로그램 ‘카티아(KATIA·2차원적으로 도면을 만들면 이를 3차원적으로 형상화해 주는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된 후 프로그램 공부를 시작했다. 로봇들이 각각 무슨 센서를 사용해 어떤 구성으로 작동되는지, 적합한 모터는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 연구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한 가지. 보통 부모라면 학교 공부는 안 하고 기계 부품에만 열중하는 아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 씨는 달랐다.

“반에서 (등수는) 상위 30% 정도 해요. 하지만 로봇을 만들면 행복해하는데…. 사람이 좋아서 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으면 주변 사람들도 행복해질 수 있잖아요. 주변에서 ‘왜 수학, 영어학원에 안 보내느냐’고 핀잔을 주지만….”(웃음)

강 군의 스스로 생각하고 파고드는 힘은 어머니의 열린 사고도 한몫했다. 전 씨는 “한 가지만 몰두하면 편협해질 것 같아 사고의 폭을 넓혀 주기 위해 이집트 캄보디아 태국 등 여러 나라로 최대한 여행을 많이 다니게 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 교수팀에 강 군의 MI적성 진로진단검사를 의뢰한 결과 강 군은 논리수학적성, 공간적성이 매우 높게 나왔다. 또한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사실의 원인을 살피고 검증하는 것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에게도 고민이 생겼다. 혼자 연구하는 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 로보페스트에서 미국 학생들이 공동 작업으로 더 발전적인 로봇을 만드는 것을 보고 느낀 바가 크단다.

“두 천재 과학자 이야기가 있어요. 소련의 우주 계획 책임자 세르게이 코로레프와 미국의 과학자 베르너 폰 브라운 아세요? 코로레프는 강제수용소에 수감되기도 한 과학자예요. 브라운보다 훨씬 열악한 지원과 환경이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다른 과학자들과 힘을 합쳐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했어요.”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남다른 상상력과 문제해결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