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토종 자동차 '치루이' 세계를 넘본다

  • 입력 2007년 5월 20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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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중국 인후이 성 우후 시 치루이 자동차의 승용차 조립 제2공장. 근로자들이 조립을 마친 대표 모델 QQ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 우후=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16일 중국 인후이 성 우후 시 치루이 자동차의 승용차 조립 제2공장. 근로자들이 조립을 마친 대표 모델 QQ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 우후=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최근 중국에서는 토종 자동차 기업인 '치루이(奇瑞·영문명 Chery)' 자동차가 화제다. 1997년 설립 된 후 10년만인 올해 3월 중국 내 판매 1위로 올라서며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동풍(東風)이 서풍(西風)을 제압했다"고도 표현했다.

16일 중국 외교부와 안후이(安徽) 성 정부 안내로 '중국 자동차의 자존심'인 치루이 자동차 공장을 찾았다. 치루이가 외신기자들에게 공장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창조혁신(創新)' 구호 곳곳

베이징(北京) 주재 외신기자 50여명과 함께 찾은 안후이 성 우후(蕪湖) 시 치루이 자동차의 승용차 조립 제2공장.

공장 벽면에 '이인위본(以人爲本) 개척창신(開拓創新) 품질지상(品質至上) 추구탁월(追求卓越)'이라는 가로 세로 1m 크기의 글씨가 눈에 확 띈다.

조립 라인 옆 칠판엔 매일 매일 현장에서 발견되는 문제점과 원인 분석, 관련 조치가 빼곡히 적혀 있다. 도색 반 보드엔 "오른쪽 전조등 옆 도색이 주위와 차이가 있다"며 페인트 분사 과정의 문제점과 관련 조치를 적어 놓았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남모르는 긴장감이 흐른다. 16일 오후까지 생산량이 월 생산목표 7892대(승용차 조립 B라인 기준)의 30.8%(2430대)에 그쳐서인지 작업 도중 농담 한 마디 건네는 직원이 없다. 하지만 노동절 연휴(1~7일)를 감안하면 목표량을 밑돈다고 보기는 어렵다.

●창사 10년 만에 내수 1위, 중국의 '자주 브랜드'로 우뚝

1997년 안후이 성의 5개 국유투자공사가 17억5200만 위안(약 2102억 원)을 들여 설립한 치루이는 2002년 내수 판매 5만대를 돌파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다크 호스'로 떠올랐다. 2004년을 제외하고는 창사 이후 매년 60~118%의 초고속 성장세를 보였다.

2001년 10월 27일 시리아에 첫 수출한 후 지난해 5만대를 넘었으며 10년 안에 연간 50~100만 대로 늘릴 계획이다.

이처럼 치루이가 급성장한 데는 인재 집중이 큰 기여를 했다. 치루이는 설립 초기 국유 자동차 기업의 유능한 인재를 줄줄이 흡수했다. 또 인근엔 자동차과(科)로 유명한 허페이(合肥)공업대학이 자리하고 있다.

중앙 정부의 관심도 높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9명 가운데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3명을 제외한 6명이 공장을 다녀갔다.

우후 시 곳곳엔 '치루이 정신을 발휘해 문명 도시를 서둘러 만들자'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치루이는 우후 시의 간판 기업이나 다름없었다.

●한계와 전망

연료 절감 기술이나 공해방지 기술, 전자기술은 선진국과 차이가 적지 않다. 새 모델을 많이 출시했지만 여전히 가장 잘 팔리는 차종은 대우 차의 마티즈 '짝퉁'인 'QQ'다. 치루이의 대당 판매수익은 한국 일본 미국의 10~20%인 300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치루이는 매출액의 10%를 매년 연구 개발에 쏟아 붓고 있다. 약 2만 명 인력 중 15%(3000명)가 연구원이다. 연구 방향도 환경 보호와 연료 절약형 미래자동차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달 치루이 공장을 찾은 베이징현대자동차의 노재만 총경리는 "조립 라인이 어수선해 아직은 생산성이 낮지만 앞으로 저임금을 바탕으로 기술 경쟁력을 갖추면 세계시장에 또 다른 경쟁자로 급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후=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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