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싹트는 교실]사이버스쿨 3년째 운영 서울 숭실고

  • 입력 2007년 5월 19일 03시 01분


코멘트
서울 숭실고가 하고있는 3학년 자연계 학생들의 통합논술 수업 장면, 국어, 수학, 사회, 과학 교사가 팀을 이뤄 배경 지식, 토론, 쓰기, 풀이, 첨삭 단계로 나눠 수업을 해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재명 기자
서울 숭실고가 하고있는 3학년 자연계 학생들의 통합논술 수업 장면, 국어, 수학, 사회, 과학 교사가 팀을 이뤄 배경 지식, 토론, 쓰기, 풀이, 첨삭 단계로 나눠 수업을 해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재명 기자
<<서울 은평구 신사동 숭실고에 들어서면 푸른 숲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깥 도로의 차 소리도 들리지 않아 마치 자연휴양림에 온 듯한 느낌이다. 이런 쾌적하고 조용한 환경 덕분일까. 숭실고의 대학 입학 성적은 서울 강북지역에서 외국어고, 과학고를 제외한 학교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2005년에는 졸업생 560여 명 가운데 173명이 서울대(10명), 연세대(40명), 고려대(9명), 의대(5명) 등 서울 소재 4년제 대학과 의대에 입학했다. 지난해에는 졸업생 470여 명 가운데 서울대(9명), 연세대(31명), 고려대(11명), 의대(3명) 등 147명이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입학했다.>>

그 비결을 무엇일까. 졸업생들은 ‘자기 주도적 학습’을 돕는 교사들의 열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 단적인 예가 사이버 스쿨이다.

2005년부터 시작된 ‘사이버 스쿨’에선 교사 30명이 국어 영어 수학 사회탐구 과학탐구 한문 제2외국어 등을 강의한다. 실제 수업 장면도 있지만 대부분 스튜디오에서 따로 촬영해 만든 강의다.

현재 56개 강좌, 415개 동영상 강의가 있다. 현재 숭실고생 1만7839명(중복 수강 포함)이 수강 중이다. 재단 측은 촬영 장비, 홈페이지 서버 확충 등에 필요한 7000만 원을 기꺼이 투자했다.

민영구 교장은 “별도로 시간을 내서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귀찮을 수 있지만 교사들이 열의를 보여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하는 강의의 수강생 수가 공개돼 교사들이 선의의 경쟁을 한다”고 말했다.

월∼금요일에는 오전 7시 20분부터 8시 10분까지 통합 논술 수업이 열린다.

한 교실에 교사가 많게는 다섯 명까지 들어가 이른바 ‘팀티칭 논술 수업’을 한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교사가 팀을 이뤄 배경지식 토론 쓰기 풀이 첨삭 등으로 나눠 수업한다. 한 가지 사안에 대해 토론 등을 통해 각기 다른 관점에서 의견을 내놓는 과정 자체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

문지민(18·3학년) 군은 “사이버 스쿨과 통합 논술 강좌가 충실해 학원을 다닐 필요가 없다”며 “동영상 강의를 듣다 모르는 부분은 바로 선생님에게 물어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숭실고는 560석 규모의 대형 자율학습관을 만들어 희망 학생에 한해 오후 11시 반까지 자율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동기 부여를 위해 출석률이 높은 학생에게는 학기 말에 20만∼30만 원의 ‘극기(克己) 장학금’도 준다.

이향우 교사는 “오래 근무한 교사가 대부분이어서 학교에 대한 애정이 많다”며 “사이가 좋아 새 프로젝트를 하면 모두 힘을 모은다”고 말했다.

공부를 잘 가르친다는 소문이 나서인지 고교 진학을 앞둔 중학교 3학년생들이 학교 주변으로 이사 오는 일이 많다.

학부모 최미혜 씨는 “입학 전부터 선생님들이 직접 제작한 교재를 나눠 주면서 사이버 스쿨을 통해 예습할 수 있게 한다”며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열정이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1897년 개교해 11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숭실고는 조만식 안익태 조병옥 김동진 황순원 윤동주 등 현대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을 배출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