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가격경쟁력 외국산 수준으로

  • 입력 2007년 5월 1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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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948년 이후 처음으로 보리 수매 가격을 인하하고 ‘쌀 소득 보전 직불제’에 따른 쌀 목표 가격을 낮추는 등 주곡 산업 구조조정에 나선다. 17일 전북 정읍시 감곡면 유정리 앞 들녘에는 모내기가 한창이다. 연합뉴스
정부가 1948년 이후 처음으로 보리 수매 가격을 인하하고 ‘쌀 소득 보전 직불제’에 따른 쌀 목표 가격을 낮추는 등 주곡 산업 구조조정에 나선다. 17일 전북 정읍시 감곡면 유정리 앞 들녘에는 모내기가 한창이다. 연합뉴스
■ 주곡산업 구조조정 방향

정부가 보리 수매가를 인하하는 등 곡물 정책의 틀을 바꾸려는 목적은 우선 국내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심하게 뒤틀려 있는 수급(需給) 상황을 안정시키는 데 있다.

비록 한국은 2004년 세계무역기구(WTO) 쌀 협상에서 2014년까지 ‘관세화 유예’를 받아놓았지만 그 뒤에는 곡물시장 개방을 더 늦출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쌀 개방 대비 경쟁력 확보에 중점

역대 정부의 곡물 정책은 농가 보호가 최우선이었다. 소비가 생산을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농민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은 추곡 수매가를 매년 4∼5%씩 올렸다.

그 결과는 농산물 가격의 거침없는 상승. 현재 국산 쌀값은 외국산에 비해 3∼4배나 될 정도로 가격 경쟁력이 없다.

결국 정부는 쌀 증산(增産) 정책을 포기하고 쌀값 정책도 시장원리를 따르는 쪽으로 변화를 모색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2005년 추곡수매 제도의 폐지와 비상시 필요한 쌀만 사들이는 공공비축제의 도입이었다.

하지만 한-칠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거치면서도 유독 쌀만은 협상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쌀의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는 생각보다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2015년에는 쌀 시장을 개방하게 돼 있는 만큼 그때까지 국산 쌀의 가격 경쟁력을 일정 부분 확보해야 한다”며 “그때 가서 수입 쌀 때문에 큰 충격을 받지 않으려면 미리 가격을 낮춰 서서히 연착륙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농가 보조금의 기준이 되는 내년도 쌀의 목표 가격을 시장가격 흐름에 맞춰 낮추는 한편 필요하다면 공공비축용 쌀을 시중에 풀어 지나친 가격 상승을 막을 계획이다.

하지만 목표 가격을 낮추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과제다.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올해와 내년에 대선, 총선을 앞두고 있는 의원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 식생활 변화에 맞춰라

정부의 구상은 주곡(主穀) 생산을 국민의 실제 소비량에 맞추려는 의도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민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70년 136.4kg에서 지난해 78.8kg으로 줄어들었다.

보리는 더하다. 1970년에는 1인당 37.3kg을 소비했지만 지금은 1.2kg으로 급락했다.

그러나 농지법에 따른 땅 규제와 ‘식량 안보’를 중시하는 정부의 고집으로 국토에서 농지가 차지하는 비율이나 곡물 생산량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정부는 보리의 재고가 올해 말이면 24만 t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맥주보리를 빼고도 12만8000t이나 되는 보리 생산량을 2011년까지 약 8만 t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생산량 감소에 따라 남는 보리밭은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유채나 가축 사료용으로 쓰이는 총체보리 재배로 전환한다는 구상. 물론 보리가 농가의 주된 겨울 소득원인 만큼 이 같은 방안에 대해서도 농민 단체 등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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