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차기 외교로 좌파 출신 쿠슈네르 점찍어

  • 입력 2007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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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쿠슈네르(67·사진).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정치인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당선자가 차기 외교장관으로 점찍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부터다. 프랑스 언론들은 14일에도 일제히 사르코지 당선자의 측근들을 인용해 쿠슈네르 씨가 차기 외교장관으로 임명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장관 15명 중 유독 외교장관 인선에 이렇게 관심이 쏠리는 것은 그가 좌파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 공산당 가입부터 시작해 줄곧 좌파의 길을 걸어온 거물 정치인이 우파 정부에 입각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당선 직후 “나에게 표를 주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아우르는 정치를 펼칠 것”이라고 공언한 사르코지 당선자가 약속을 실천하는 첫 신호로 해석된다.

인물만 놓고 봐도 쿠슈네르 씨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프랑스 내에선 좌우파 구분 없이 인기 높은 정치인이며 오랜 인도주의 활동을 통해 국제사회에서도 명망이 높다.

의사인 그는 1968년 아프리카의 비아프라에서 국제적십자사 소속으로 구호 활동에 참가했다. 1971년에는 인도주의 의사 단체인 ‘국경 없는 의사회’를 창립했다. 공동 창립자 사이에 이견이 생기자 그는 1980년 ‘세계의 의사들’이라는 단체를 별도로 만들었다.

1999년부터 3년 동안은 옛 유고연방인 코소보에 유엔 특사로 파견돼 정치, 사회 재건을 감독했다. 2006년에는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타계로 인한 공석을 노렸으나 다른 후보에게 밀렸다.

쿠슈네르 씨는 특히 인권을 강조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인권을 압제하는 독재자가 통치하는 나라에 대해선 국제 사회가 개입해야 한다는 ‘인도적 개입’론을 줄곧 펼쳤다. 이 같은 신념에 따라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도 프랑스 정치인들 가운데선 드물게 미국을 두둔해 눈길을 끌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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