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상완]세계 1위, 뭉쳐야 지킨다

  • 입력 2007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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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나 TV의 화면, 컴퓨터의 모니터, 엘리베이터 안의 전자게시판 등 우리가 일상에서 수시로 접하는 이 모든 것들이 디스플레이다. 한마디로 ‘디지털 세상의 창(窓)’인 셈이다.

한국은 1995년 디스플레이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래 여러 가지 역사적 기록을 남기며 ‘디스플레이 세계 1위’의 위상을 지켜 왔다.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 개발에 주력해 초대형 화면 구현, 자연스러운 영상 표현, 넓은 시야각 확보 등으로 기존 디스플레이의 한계를 극복했다.

충남 아산시 탕정 크리스털밸리나 경기 파주시 액정표시장치(LCD) 클러스터처럼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LCD 단지를 조성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했다.

한국 업체의 기술 개발과 과감한 투자의 결과,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2015년 100조 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고성장 산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세계 1위인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앞날에는 많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핵심 원천 기술의 부족과 장비 부품 소재의 높은 대외 의존도 등이 그것이다.

최근 언론에서도 흔들리는 한국의 디스플레이 강국 위상을 걱정하는 기사가 자주 보도되고 있다. 경쟁국인 대만과 일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대만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기업 간 연합을 통해 규모를 키워 양적인 측면에서 빠른 속도로 한국 업체를 따라잡고 있다. 일본 업체도 대규모 투자를 다시 시작함으로써 한국에 빼앗긴 디스플레이 종주국의 위치를 되찾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두 나라는 대기업, 중소기업, 정부를 아우르는 대규모 협력체가 주축이 되어 국가적 차원에서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과 국제 경쟁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한마디로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은 지금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한 것이다. 한국도 디스플레이 최강국의 위상을 지속적으로 지켜 나가면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우선은 한순간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강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업계 간 선의의 경쟁과 상생 협력이 필수적이다.

최근 발족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산(産), 학(學), 연(硏), 관(官)을 아우르는 통합 구심점으로 그 같은 상생 협력의 다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 협회를 중심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공동 연구개발(R&D)에 참여함으로써 핵심원천기술 확보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LCD,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핵심 소재 및 장비의 중요 기술 등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R&D에 공동으로 참여한다면 국가 R&D의 효율성도 크게 제고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장비 재료 등 후방산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공동 평가사업도 대기업 지원 아래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보다 개방적인 수급 체계를 만들 수 있다면 선의의 경쟁을 바탕으로 업체의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협회의 주체가 되는 참여 기업들이 서로 비전을 공유하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태도다.

세계 최고의 자리는 오르는 것도 힘들지만 지키는 것이 더 힘든 법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라는 통합 구심점을 마련한 것을 계기로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미래를 향해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새 창을 밝게 열 수 있느냐는 바로 지금부터의 노력에 달렸다.

이상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삼성전자 LCD총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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