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부품값, 새차값 2배]선진국엔 중저가 인증품 많다는데

  • 입력 2007년 5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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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30만 원을 넘었다.

회사원 강모(36·경기 용인시) 씨는 올해 들어 차를 2번 수리했다. 1월에는 범퍼 교체 등으로 38만 원을 썼는데 이달 들어선 앞문 수리 등에 32만 원을 썼다.

강 씨는 “10년 넘은 중고차여서 싼 부품을 쓰고 싶었지만 정비소 측에서 위험할 수도 있다며 순정 부품을 권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본보와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공동 조사한 6개 국산차에 대한 부품가격 분석 결과는 소비자들이 독점적 구조의 국내 자동차 부품시장에서 고가(高價)의 순정 부품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잘 보여 준다.

전문가들은 차량 1대에 들어가는 정품의 시중 판매가격이 차 가격의 2배에 이른다는 점도 문제지만, 외국처럼 정품 외에 공식 인증단체가 보증하는 중저가(中低價) 부품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품만 인정하는 유통구조’

국산 자동차 부품은 △순정 부품(정품) △비(非)순정 부품 △재활용 부품의 3가지로 나뉜다.

정품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부품업체들이 만든 부품 가운데 완성차 계열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로 납품된 뒤 ‘현대’라는 상표가 찍혀 정비소에 공급된다.

현재 국내 부품시장에서 정상 제품으로 인정되는 부품은 이런 경로를 거치는 정품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독점적 시장구조 때문에 정품 가격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것으로 본다.

반면 같은 OEM부품업체가 만든 부품이라도 완성차 계열사를 통하지 않고 일반 부품 도소매상이나 부품업체 대리점을 통해 정비소로 공급되는 부품은 모두 비순정품으로 분류된다.

이에 대해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신차뿐만 아니라 과거에 출시된 차의 부품까지 공급하는 데다 개별 포장한 뒤 각 지역으로 운반할 때 드는 비용이 높아 시중에 판매되는 정품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회사에 납품하는 OEM업체가 생산한 비순정 부품이라면 정품과 같은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로선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어 비순정 부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

재활용 부품은 폐차업체나 사고차량 관리업체가 일반 정비업체의 수리를 거쳐 공급하는 제품이다. 품질은 대체로 비순정품보다 낮은 편이다.

○재활용품이 ‘귀한 몸’

미국 일본 유럽 등 자동차 선진국에선 비순정 부품이 공인 인증제를 통해 대량으로 싼값에 공급되고 있다.

미국은 공인자동차부품협회인 카파(CAPA)가 비순정 부품의 품질을 검사해 인증품으로 보증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CAPA 인증 마크가 있는 제품을 대형 마트나 시중 정비소에서 구입해 차량 수리에 쓰고 있다.

CAPA 인증품 가격은 대형 부품업체가 특정 차량 전용으로 만든 순정 부품 가격의 50∼70% 선이다. 예를 들어 포드 토러스LX 1999년식 차량에 들어가는 후드의 CAPA 인증품 가격은 159달러로 정품 가격(269달러)의 59% 선이다.

일본은 자동차부품협회(JAPA)가 인증하는 비순정품을 ‘우량 부품’이란 명칭으로 유통시키고 있는데, 정품 가격의 60∼70% 선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에선 범퍼 문 유리 등 수리 수요가 많은 비순정품이 거의 유통되지 않는 탓에 재활용품이 비순정품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재활용품의 시중 판매가는 정품의 19.7∼77.1% 선. 하지만 등속 조인트와 에어컨 콘덴서 등 일부 재활용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부품은 정품의 70%가 넘는 가격대에 거래된다.

실제 앞쪽과 뒤쪽 문의 재활용품 가격은 평균 14만4028원으로 정품 평균(20만4444원)의 70.4% 선이다.

정품을 대체할 만한 비순정품이 없다 보니 재활용품이 선진국의 비순정품 가격 수준에 거래되는 셈이다.

○우량 중소업체 제품 길 터 줘야

자동차 정비업계 관계자들은 일부 비순정 부품의 품질이 정품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만큼 인증제를 도입해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을 유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정비소를 운영하는 고영훈 사장은 “차량의 안전과 관계없는 부품은 정품과 비순정품 간의 품질 차이가 거의 없는데도 대형 부품업체가 정품만 쓰라고 하는 건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측은 차량 수명이 4년 미만이라면 정품 중심으로 수리를 하되 4년 이상이라면 안전도를 감안해 정품과 비순정품을 혼용하도록 시장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연구소 홍승준 수석연구원은 “안전과 무관한 것으로 입증된 문 헤드라이트 후드 등에 대해선 중소업체 부품이 시중에 많이 유통되도록 인증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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