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가진 돈 전부 주식에 걸어라” 國歌가사에도 ‘주식광풍’

  • 입력 2007년 5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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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국가 ‘의용군행진곡’을 개사해 중국의 주식 광풍을 풍자한 이른바 ‘구거(股歌·주식의 노래)’가 최근 중국의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

중국 국가는 ‘일어나라! 노예가 되길 원치 않는 인민이여! 우리의 피와 살로, 우리의 새로운 장성을 쌓자!’라는 가사로 시작하지만 이 가사를 ‘주식의 노래’는 ‘일어나라! 아직도 주식계좌를 개설하지 않은 인민이여! 너희들의 자금을 전부 사람을 유혹하는 주식시장에 넣어라!’로 비틀었다.

국가는 또 ‘억압에 못 견딘 사람들의 마지막 외침’이라며 ‘일어나라(치라이·起來)!’고 호소하지만 ‘주식의 노래’는 ‘주식을 사는 사람들의 격정의 외침’이라며 ‘빨리 올라라(콰이장·快漲)’고 다그쳤다.

국가는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 일치단결하여 적의 포화를 뚫고 전진하자!’라고 엄숙하게 제창(提唱)하지만 ‘주식의 노래’는 ‘우리 모두 일치단결하여 벼락부자의 꿈을 안고 전진하자!’며 주식 광풍을 풍자했다.

중국 주식 투자자의 심리상태를 잘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가사는 현재 인터넷에서 누리꾼들이 서로 퍼 나르면서 몇 주 사이에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누가 가장 먼저 개사해 인터넷에 띄웠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학자들은 이 같은 현상을 우려의 눈으로 바라본다. 샤쉐롼(夏學(난,란)) 베이징대 교수는 “국가는 국기와 똑같이 국가의 상징으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국가를 조롱하는 것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일부 법률가들은 국가를 모욕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창의력이 돋보인 개사곡’이라는 반응과 국가의 존엄을 훼손했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중국의 주식은 지난해 1.3배 오른 데 이어 올해도 4개월여 만에 50%가량 올랐다. 2004년 말 7215만7400명이었던 중국의 주식 투자자도 지난해 말까지는 2년간 638만2700명이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올해 들어서는 9일까지 4개월여 만에 무려 1637만9300명이 늘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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