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의료보험의 현장]<상>공공부문 비중 큰 캐나다

  • 입력 2007년 5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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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한 병원에서 신생아가 엄마와 함께 의사의 진료를 받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진찰, 수술, 입원 등 대부분의 의료비가 건강보험에서 충당된다. 사진 제공 온타리오 주정부 산하 건강보건부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한 병원에서 신생아가 엄마와 함께 의사의 진료를 받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진찰, 수술, 입원 등 대부분의 의료비가 건강보험에서 충당된다. 사진 제공 온타리오 주정부 산하 건강보건부
《공공보험인 건강보험 외에 민간 의료보험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공공보험의 비중이 커지면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가고 민간 보험의 비중이 커지면 개인에게 부담이 가게 된다. 의료 선진국은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공공보험 비중이 높은 캐나다와 민간 의료보험 비중이 높은 미국의 보험 제도를 2회로 나누어 장단점을 살펴보자.》

캐나다에서는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가 따로 없다. 주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건강보험 재정이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소득세와 소비세, 법인세 등 세금에서 충당된다. 일반 국민은 진찰과 수술, 입원 등 대부분의 의료비를 건강보험에서 충당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1971년부터 전 국민 의료보장 제도를 도입해 수입이나 나이, 건강 등에 관계없이 거의 무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이 때문에 캐나다의 의료 제도는 자본주의 국가 가운데 가장 선진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토론토대 정신의학과 노삼열 교수는 “캐나다 선거에서는 공공 의료보험의 혜택을 줄이겠다고 공약하면 당선되는 후보가 거의 없을 정도”라며 “이웃 나라인 미국과 달리 역사적으로 사회주의적인 요소가 강해 공공보험의 개념이 일찍부터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진료가 보험 적용을 받아 무상으로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치과 진료와 특실 병실 이용료, 특별 간호, 장애기구 등에 대해선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캐나다 보건정보원에 따르면 2004년 캐나다 정부의 보건의료 지출액 1303억 캐나다달러(약 108조8630억 원) 가운데 세금으로 충당한 공공부문 건강보험 지출은 69.6%(907억 캐나다달러)였다. 나머지 30.1%인 396억 캐나다달러는 민간 보험과 개인 지출분이었다.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나라(51.4%)와 미국(44.7%)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긴 하지만 최근 캐나다에도 민간 의료보험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의료보험 도입 당시부터 연방 정부가 각 주 의료 지출액의 50%가량을 부담해 왔지만 그 규모가 커지면서 부담 비율은 점차 줄고 있다. 캐나다 보건정보원에 따르면 보건 의료 지출 비용 가운데 재정이 차지하는 비율은 1975년 76.2%에서 2004년 69.8%로 줄었다. 국책경제연구소인 콘퍼런스 보드는 2020년 캐나다 의료비로 각 주가 거둬들이는 세수의 44%가 사용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간 의료보험 고객의 대부분은 기업이다. 자영업자 등 개인은 전체 고객의 15%에 불과하다. 85%가 기업이나 노동조합, 직능단체 등 대형 고객이다. 이 때문에 캐나다 일반 시민들은 민간보험도 공공보험처럼 느끼고 있다.

캐나다 건강생명보험협회 이레네 클래트 부회장은 “민간 보험 가입자들은 대부분 기업체여서 노조들이 임금 협상에서 보험 적용 범위를 제시한다”며 “보험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기업들은 1인당 연간 보험료로 1200∼1500캐나다달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건강보험은 공적 성격이 강한 반면 치료를 받기 위해선 장기간 대기해야 하는 등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수술을 기다리다 암세포를 키워 숨진 환자가 종종 발생할 정도다.

토론토=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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