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미지 감상 ‘폼나네’ 이야기 구성 ‘품드네’… 창작 뮤지컬 ‘바람의 나라’

  • 입력 2007년 5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서울예술단의 창작 뮤지컬 ‘바람의 나라’를 이해하는 키워드는 ‘폼생폼사’다. 이 뮤지컬은 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

순정 만화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온 듯한 남자 주인공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이런 대사를 수시로 읊조린다. “너무 일찍 핀 꽃은 시절과 맞지 않아 빠르게 지고 너무 이른 꿈은 희생을 부르지만 지금 넌 너의 날개를 펴고 날아올라라” “연아! 너는 내가 다치면 가슴이 아프지. 나는 네가 울면 마음을 다쳐”….

김진 원작의 만화 ‘바람의 나라’는 주몽의 손자인 무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고구려 개국 초기 3대에 걸친 이야기를 풀어낸 방대한 대서사시다. 2시간 남짓한 무대로 담아내기엔 쉽지 않은 원작의 복잡한 구성을 연출은 기승전결이 없는 11개의 장면으로 압축했다.

극적인 드라마를 포기한 대신 이미지에 승부를 건 셈이다. 연출의 이런 의도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최소한의 무대세트, 영상효과를 활용한 연출, 디자이너 홍미화의 의상, 이시우의 음악, 안애순의 안무 등 스태프가 만들어 낸 이미지들은 11개 중 절반 이상의 장면에서 ‘제대로’ 폼이 난다.

특히 2막 드라마 ‘하얀 거탑’의 삽입곡으로 유명해진 ‘무휼의 전쟁’에 맞춰 나오는 전쟁 장면의 안무는 가장 잊기 힘든 장면이다. 그러나 이미지 속에서 배우들은 그저 ‘걸어 다니는 만화 캐릭터’ 역할에 그친다. 심지어 주인공 무휼(고영빈)의 단 한 곡뿐인 솔로곡은 2막에 가서야 나온다.

지난해 초연 때에 비해 대사가 추가되면서 좀 더 친절해지긴 했지만 원작 만화를 보지 않은 관객은 멋진 이미지들 사이에서 생략된 이야기와 인간관계 파악에 여전히 바쁠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이 한정된 마니아 관객의 호평을 넘어 일반 관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