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고래는 로또? 애물단지?

  • 입력 2007년 5월 8일 06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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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상업포경이 금지된 뒤 개체 수가 급증한 고래는 애물단지인가, ‘바다의 로또’인가.

고래와 선박 충돌 사고로 인명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반면 한 마리에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고래를 불법 포획하는 일도 늘고 있다.

▽불청객이 된 고래=국립수산과학연구원 산하 고래연구소가 2005년 4월부터 한 달간 동해 일대에서 고래를 조사한 결과 참돌고래 등 8종 5302마리의 고래를 발견했다. 이는 포경 금지 이후 20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고래가 급증하면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부산 영도구 태종대 남동쪽 14마일 해상에서 일본 후쿠오카(福岡)를 떠나 부산항으로 향하던 257t급 고속여객선이 대형 고래와 충돌해 1명이 숨지고 110명이 부상하는 등 대한해협에서만 최근 2년 사이 7건의 고래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전 국립수산과학연구원 연구원인 변창명(72) 씨는 지난해 펴낸 ‘고래와 사람’이라는 책에서 “포경 금지 이후 고래 떼가 과잉 번식해 고기를 마구 잡아먹는 바람에 어민들이 생계터전을 상실할 위기에 놓였다”며 “고래를 솎아 내야 바다 생태계와 어민 생계를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전한 ‘바다의 로또’=현행 수산업법 등에는 고래가 고기잡이 그물에 걸려 죽거나(혼획·混獲) 자연사했을 경우(좌초·坐礁)에만 경찰의 허가를 받아 시중에 유통시킬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런 고래는 마리당 수백만∼수천만 원으로 고래고기 전문 식당에 팔린다.

포경 금지 이후 고래 떼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588마리가 그물에 걸려 죽는 등 고래 혼획과 좌초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도표 참조

이와 함께 해경에 적발된 고래 불법 포획 건수는 2005년 4건(7명), 지난해 3건(12명)에서 올해는 지난달 말 현재 4건(10명)이나 됐다.

해경은 17일부터 20일까지 장생포 일원에서 열리는 제13회 울산고래축제를 앞두고 고래 불법 포획이 성행할 것으로 보고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고래를 이용한 관광산업은 없나=현재 우리나라의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던 울산 장생포에는 고래박물관과 고래연구소가 있다. 또 올 연말 살아 있는 돌고래 5마리를 활용할 대형 수족관이 문을 열 예정이다.

그러나 바다로 나가 고래를 눈으로 보는 관경(觀鯨)사업은 아직 성사되지 않고 있다.

고래연구소 김장근 소장은 “울산은 선사시대 바위그림인 반구대 암각화에 고래가 그려져 있고 포경업 전진기지인 장생포가 있는, 세계적인 고래 테마 관광지”라며 “고래 생태계도 보호하면서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다양한 고래 관광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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