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어머니의 날

  • 입력 2007년 5월 6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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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 주 어느 마을에 한 소녀가 살고 있었다. 어머니(자비스 부인)와 오붓하게 지내던 소녀는 어느 날 사랑하는 어머니를 여의게 되었다. 몹시 슬퍼하던 소녀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뒤 그 묘소 주위에 어머니가 평소 좋아하던 카네이션을 심었다. 그리고 어머니를 생전에 잘 모시지 못했던 것을 후회했다.

소녀는 교회 모임에 참석하면서 가슴에 흰 카네이션 꽃을 달고 나갔다. 주위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묻자 소녀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리워 어머니 묘소에 심어 놓은 카네이션과 똑같은 꽃을 달고 나왔다고 말했다. 소녀는 어머니를 잘 모시자는 운동을 벌여 그 운동이 이웃으로, 미국 전역으로 번져 나갔다.

1914년 5월7일. 제28대 윌슨대통령은 소녀의 바람대로 5월 두 번째 일요일을 '어머니날'(Mother's Day)로 선포했다. 그는 그날 미국 국민들에게 각자의 어머니와 모든 어머니들께 공개적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도록 요청했다.

미국에서는 어머니의 날에 어머니가 생존한 사람은 빨간 카네이션을, 어머니를 여읜 사람은 흰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각종 모임에 참석한다. 어머니들은 이날 침대에서 아침상을 받거나, 가족들과 레스토랑에서 브런치(아침 겸 겸심)나 저녁을 함께하며 축하를 받는다.

'어머니의 날'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일본에서는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하하노히'(어머니의 날)로 정했고, 중국에서는 서양풍습 대신 '맹모삼천지교'로 유명한 맹자가 태어난 음력 4월2일을 '어머니의 날'로 기념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전통적으로 어머니의 날이 있었다. 12월 동짓날 자녀들은 버선 한 켤레를 정성스럽게 지어 어머니께 드렸다고 한다. 이를 '동지헌말'(冬至獻襪)이라고 하며, 그 버선을 신고 이날부터 길어지는 햇살을 밟으며 그처럼 오래 사시길 기원했다. 한국에서는 1956년부터 5월8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했다가 1974년부터 '어버이날'로 변경해 기념하고 있다.

시인 노천명은 불쌍한 한국의 어머니를 위해 '어머니의 날'이란 시를 지었다.

"앞산의 진달래도 뒷산의 녹음도/눈 주어볼 겨를 없이/한국의 어머니는 흑인 노예 모양 일을 하고/아무 찬양도 즐거움도 받은 적이 없어라/이 땅의 어머니는 불쌍한 어머니…//5월의 비취빛 하늘 아래/오늘 우리들의 꽃다발을 받으시라/대지와 함께 오래 사시어/이 강산에 우리가 피우는 꽃을 보시라"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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