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인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조선인의 기개를 세계만방에 떨친 고 손기정 선생. 그의 생애를 탐구한 논문이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대에서 스포츠사회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유연미(48) 씨는 5일 일리노이대에서 열리는 제3회 질적연구방법론 국제학술대회에서 ‘오! 슬픈 우승자여(Oh! A Sad Winner)’라는 제목으로 손 선생의 일대기를 해부한 논문을 발표한다.
이번 학술대회는 사회과학 전 분야를 망라하는 대규모 심포지엄으로 세계 55개국 1000여 명의 학자가 참여한다. 유 씨는 손기정기념재단(이사장 강형구)에서 제공한 자료와 손 선생의 외손자 이준승 씨 등 다양한 사람과의 인터뷰를 통해 손 선생의 삶을 재조명했다.
이번 논문의 초점은 우승을 하고도 손 선생이 슬퍼한 이유. 유 씨는 “손 선생이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우승한 뒤 시상대에서 왜 그렇게 슬픈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지를 모멘트로 해, 생전 사료를 증거로 제시하며 손 선생의 질주가 한국인의 정체성을 만들어 내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주제의식으로 논문을 썼다”고 말했다.
유 씨는 손 선생을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도 준비하고 있다. 손 선생이 일제강점기엔 민족주의의 상징, 외환위기 시절엔 고난 극복의 상징이었고 사후엔 남과 북이 협력하는 상징적 인물이 될 것이란 게 주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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