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컬럼] 박찬호, 이제 국내로 돌아올 때

  • 입력 2007년 5월 4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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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코리언빅리거’ 박찬호(34)가 소속팀 뉴욕 메츠 구단으로부터 지명양도 조치를 받아 그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명 양도는 사실상 메츠 구단이 박찬호에게 더 이상 미련이 없음을 보여준 것과 다름없다. 메츠 구단은 열흘 간 박찬호의 트레이드를 추진한 뒤 여의치 않을 경우 웨이버 공시로 방출하거나 마이너리그에 잔류시킬 수 있다.

이처럼 박찬호의 향후 진로는 트레이드, 방출, 마이너리그 잔류 등 3가지로 좁혀진 상태. 트레이드가 가장 바람직한 경우지만 그 가능성은 셋 중 가장 낮다.

선발진이 불안한 팀들이 박찬호 영입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겠지만 지명 양도된 선수를 영입할 경우 시즌 내내 해당 선수를 25인 로스터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무조항 때문에라도 박찬호의 이적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박찬호의 구위다. 박찬호는 지난 플로리다전에서 특유의 위력적인 폭포수 커브를 과시했지만 평균 직구 구속은 여전히 80마일 후반 대에 머물렀고 급격하게 흔들리는 제구력도 심상치 않았다.

물론 갑작스러운 빅리그 콜업으로 충분히 준비를 하지 못했던 점, 그리고 수비수들의 실책성 플레이가 부진의 원인이었을 수 있겠으나 냉정한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이는 핑계거리에 불과할 뿐이다.

박찬호가 여전히 위력적인 커브를 보유하고 있다지만 주무기가 되어야 할 직구는 위력을 잃은 지 오래다. 떨어진 구속을 올려보고자 투구폼을 손보기도 했으나 제구력만 흐트러질 뿐이었다. 박찬호는 전성기 시절에도 제구력이 빼어난 투수는 아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버티기 힘든 직구를 가진 투수가 제 아무리 좋은 변화구를 갖고 있더라도 그 위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제구까지 불안하다면 빅리거로 살아남을 수 없다.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하향세를 겪다가 다시 화려한 재기를 한 투수들은 존재한다. 히데오 노모가 그랬고 에스타반 로아이자도 그랬다. 박찬호도 그 대열에 합류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나 확률 상으로 하향세를 반등시킨 투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박찬호는 냉정한 선택을 해야 한다. 시즌 전 박찬호는 “올해는 아픈 데가 없으니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우리 나이로 35살이다. 아프지 않아도 씩씩하게 강속구를 뿌려대던 과거의 몸이 아니다.

박찬호는 일찍이 “야구 인생의 마지막은 한국에서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지금 한국 프로야구는 큰 위기다. 박찬호 정도라면 떨어진 한국야구의 인기와 수준을 한 순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블루칩’이다.

박찬호가 한국에 돌아오는 것은 결코 자존심 상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금의환향’이다. 국내 야구팬들은 IMF 당시 국민들에게 큰 위안이 됐던 박찬호를 기억하며 그의 복귀를 열렬히 환영할 것이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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