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분열 덤터기 쓸라” 李 한발 물러서

  • 입력 2007년 5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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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당 상임고문단과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상임고문단은 당 수습을 위해 강 대표 체제에 힘을 보태고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퇴를 만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종승  기자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당 상임고문단과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상임고문단은 당 수습을 위해 강 대표 체제에 힘을 보태고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퇴를 만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종승 기자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4·25 재·보선 참패에 따른 당 지도부 총사퇴 논란을 수습하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당의 내분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시장의 ‘당 수습’ 방침으로 강재섭 대표는 당을 쇄신하는 데 주력하면서 8월로 예정된 경선을 차질 없이 치르기 위한 작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분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강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전여옥 강창희 전 최고위원과 홍준표 남경필 의원 등이 향후 어떤 태도를 보일지 미지수다. 이 전 시장이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퇴 대신 경선 룰 변경 등 추가 쇄신안을 요구하기로 해 채택 여부를 놓고 박근혜 전 대표와의 갈등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또 대선후보 경선을 치른 뒤 당권 투쟁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복잡한 이명박 캠프=1일 이 전 시장 캠프는 하루 종일 어수선했다. 강 대표가 내놓은 당 쇄신안 수용 여부와 이 최고위원의 사퇴를 둘러싸고 캠프 내 의견은 엇갈렸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이 최고위원을 두 차례 만나 사퇴를 만류했다. 오전 회동에서는 각자의 생각을 말했을 뿐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한다. 이 최고위원은 회동 직후 지인들에게 “현명하게 결정 내리겠다”면서도 사퇴 의사를 접지는 않았다. 한 측근은 “이 전 시장은 이 사태의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캠프는 이날 이 최고위원의 사퇴 여부에 촉각을 세웠다. 가닥이 잡히기 시작한 것은 이날 오후. 이 전 시장이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지지 의원들을 만나 설득했다. 이 전 시장은 “젊은 의원들의 강경 대응 요구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전 시장은 이 최고위원을 오후에 다시 만나 사퇴 대신 추가 쇄신안을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대선주자 간 상호 비방을 금지하고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로 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고 한다. 정두언 박형준 진수희 차명진 의원 등은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 캠프의 이해득실을 떠나 당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당 분열’로 몰아세우는 것은 정치 공세”라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반면 이상득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박희태 의원, 김수한 전 국회의장, 이중재 고문 등은 “이 최고위원이 사퇴하고 강경하게 나갈 경우 박 전 대표 측이 쳐 놓은 ‘당 분열 책임론’ 덫에 걸려드는 것”이라며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공세로 전환한 박근혜 진영=재·보선 참패 이후 공동유세 무산 책임론에 휩싸여 수세에 몰렸던 박 전 대표 측이 당 쇄신안 수용 문제를 계기로 오히려 이 전 시장 측에 공세를 가하고 있다. 이 최고위원이 당 쇄신안이 미흡하다며 사퇴를 저울질하는 사이에 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시장 측이 당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박 전 대표 측근인 최경환 의원은 “이 최고위원이 사퇴한다면 당을 깨자는 것으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당 분열에 대한 책임은 이 전 시장 측이 모두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개혁을 하자는데 왜 분열이라고 하느냐”면서 “국민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당 쇄신안을 내지 못한 것 자체가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 전 시장이 이번 사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전 시장의 대리인 격인 이 최고위원이 이 전 시장의 ‘의중’을 따르지 않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아 캠프 내 혼란을 야기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강 대표가 당 쇄신안을 내놓았을 때 캠프가 즉각 수용 여부에 대한 태도를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말이 나오고 있다. ‘원칙’ 없이 이해득실만을 따져 대응하려 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측은 “캠프 내 이견이 있을 경우 충분한 의견 수렴 후에 결정하는 것이 민주주의 리더십”이라며 “좌고우면하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YS “한나라당 고민도 안해”

김영삼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대해 “지금 야당은 고민도 안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1일 4·25 대전 서을 보궐선거 당선 인사차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자택을 방문한 국민중심당 심대평 대표와 만나 “국민이 정치인 머리 위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경제도 중요하지만 정치가 제일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국민중심당 측이 전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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