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를 뒤흔든 ‘비주류’들의 반란…아름다운 패자 KTF

  • 입력 2007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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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KTF는 역대 챔피언결정전 사상 최초로 1승 3패까지 밀렸다가 3승 3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우승컵을 안을 운명은 아니었다.

모비스의 통합우승이 확정된 순간. KTF 추일승 감독은 벤치 앞으로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선수들은 조용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친 뒤 라커룸으로 향했다.

라커룸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원정 응원을 온 허남식 부산시장을 비롯해 조영주 구단주 등 ‘고위층’이 방문했기 때문.

“정말 잘했다. 7차전까지 온 것만 해도 너무 과분한 심정이다.”

격려의 말이 이어지고 웃음도 터졌지만 추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신기성은 “최선을 다했다. 모비스는 우승할 만한 팀이다”라고 말했고 신인 조성민은 “아쉽다”는 말 한마디를 던진 채 입을 굳게 닫았다.

KTF는 시즌마다 약체로 평가 받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2004∼2005시즌을 앞두고도 최약체로 꼽혔지만 4위를 했고 지난 시즌에도 4강에 올랐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와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쳤다.

전신인 나산, 골드뱅크 코리아텐더를 전전하며 연이은 모기업 부도를 겪었던 KTF는 2003년 11월 코리아텐더를 인수한 뒤 3년여 만에 누구도 얕볼 수 없는 강팀으로 변신했다. 추 감독은 연세대, 고려대, 중앙대 출신이 포진해 있는 농구판에서 비주류 홍익대 출신으로 ‘명장’ 호칭을 얻었고 고려대와 TG삼보를 거친 신기성은 KTF에서 뛰어난 가드로 거듭 태어났다.

추 감독은 라커룸에서 방문객들이 나간 뒤 비장한 어투로 “이번에 우승했다면 도전할 게 없다. 우승을 향해 다시 도전하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최선을 다한 모습은 아름답다. KTF는 최선을 다했다.

울산=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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