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논술]서울대 2008 논술 예시문항

  • 입력 2006년 2월 2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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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시장이 항상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독과점의 횡포, 환경오염의 피해, 공공재의 생산 부족 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시장 실패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의 경제 활동에 개입해 왔다. 환경 보호를 위한 규제, 공기업을 통한 독점 사업의 운영,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에 대한 규제 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정부는 특정 산업 부문에서의 기업 활동에 대한 인·허가를 특정한 업자에게만 내주기도 하는데, 이는 기업 간의 과도한 경쟁 방지, 자원의 효율적 이용, 공익 증진 등을 위해서이다. 개발도상국에서는 특정한 전략 산업을 육성할 목적으로 정부가 독과점 기업이 될 수 있는 인·허가를 내주는 경우도 있다. 또한, 정부 규제는 소비자의 권익 보호와 산업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목적을 가진다. 정부는 이러한 규제 활동을 통해 경제적·사회적 활동에 수반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며, 국민의 복지를 증진시키고자 한다.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

(나) 정부 규제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기업 경쟁력의 약화, 기업과 정부의 유착, 관료 집단의 이기주의와 부정·부패 등이 바로 그것이다. 1980년대 이후 세계 여러 나라들은 국민 생활과 기업 활동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민간의 능동적 참여와 자발적 창의가 실현될 때,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예를 들어보자. 19세기에 세계 제일의 경제력을 보유하였던 영국은 20세기 들어 소위 ‘영국병’이라 불리게 된 지속적인 생산성의 하락과 수출 시장의 축소를 경험하였다. 이러한 ‘영국병’의 원인은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 정책, 공공 부문의 지나친 비대화, 강성 노조로 인한 노동 시장의 경직성 등에 있었다. 특히, 국내 총생산에 있어서 공기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대 말의 경우 약 10%에 달하였다. 1979년 보수당 집권 이후 영국정부는 노조에 대한 강경 정책을 실시하는 한편, 민간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공기업의 민영화, 규제완화, 재정 지출 삭감, 조직 개편 등을 추진하였다. 또한 1980년대 중반 이후 영국 정부는 석유 공사, 항공 회사, 전신·전화 회사 등과 같은 주요 공기업을 민간에 매각함으로써,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정부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 한편, 영국 정부는 1980∼1994년의 기간 동안 중앙 부처 공무원의 약 25%를 감축하였다. 이러한 개혁의 결과 영국 경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1960∼1979년 사이에 1인당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선진국 중 11위에 불과하였으나, 1979∼1994년 사이에는 2위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고등학교 『사회』교과서)

(다) 모든 개인은 그가 좌우할 수 있는 모든 자본에 대해서 가장 유리한 용도를 발견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물론 그의 1차 관심사는 자기 자신의 이익으로 그 사회의 이익은 아니다. 그러나 그 자신의 이익추구가 자연적으로 또는 오히려 필연적으로 그에게 가장 유리한 용도를 선호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중략) 물론, 각 개인은 사회공공의 이익을 촉진하려고 직접 노력하지 않고, 실제로 자신이 어느 정도 사회공공의 이익을 촉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가 외국의 산업보다 국내의 산업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안전을 위함이고, 그가 그 산업의 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게 되도록 그 산업을 운영하고자 하는 것은 그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함이다. 그리하여 그는 이 경우에도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이끌려 자신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추구하게 되는 셈이다. 그것이 그가 의도한 바가 아니라는 것은 반드시 사회에 대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는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실제로 사회의 이익을 직접 추구했을 경우보다 더욱 유효하게 사회의 이익을 증진하는 수가 많은 것이다.

(Adam Smith, 『국부론』, 고등학교 『경제』교과서)

(라) 인간과 자연 환경의 운명이 순전히 시장 메커니즘 하나에 좌우된다면, 결국 사회는 폐허가 될 것이다. 구매력의 양과 사용을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결정하는 것도 같은 결과를 낳는다. 비록 사람들은 ‘노동력’도 똑같은 상품이라고 우겨대지만, 일하라고 재촉하거나 마구 써먹거나, 심지어 사용하지 않고 내버려 두거나, 어쨌든 그 특별한 상품을 몸에 담은 인간 개개인은 반드시 영향을 입게 마련이다.

이런 체제 아래에서, 인간의 노동력을 소유자가 마음대로 처리하다 보면, 노동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인간’이라는 육체적, 심리적, 도덕적 실체마저 소유자가 마음대로 처리하게 된다. 인간들은 갖가지 문화적 제도라는 보호막이 모두 벗겨진 채 사회에 알몸으로 노출되고 결국 쇠락해 간다. 그들은 악덕, 인격 파탄, 범죄, 굶주림 등을 거치면서 격동하는 사회적 혼란의 희생물이 된다. 자연은 그 구성 원소들로 환원되어 버리고, 주거지와 경관은 더렵혀진다. 또 강이 오염되며, 군사적 안보는 위협당하고 식량과 원자재를 생산하는 능력도 파괴된다. 마지막으로, 구매력의 공급을 시장 기구의 관리에 맡기게 되면 영리기업들은 주기적으로 파산하게 될 것이다. 원시 사회가 홍수나 가뭄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던 것처럼, 화폐 부족이나 과잉은 경기에 엄청난 재난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토지 시장, 화폐 시장이 시장 경제에 ‘필수적’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인간과 자연이라는 사회의 실체와 경제 조직이 보호받지 못한 채 그 ‘악마의 맷돌’에 노출된다면, 어떤 사회도 무지막지한 상품 허구의 경제 체제가 몰고 올 결과를 한순간도 견뎌 내지 못할 것이다.

(Karl Polanyi, 『거대한 변환』)

논제 1. (가), (나), (다), (라)를 입장에 따라 2개의 그룹으로 나누고, 그렇게 나눈 이유를 논술하시오.

논제 2. (라)는 우리 삶을 시장경제에만 맡겨둘 경우에 발생하게 될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경고가 정당한것인지, 과도한것인지 위의 제시문들을 토대로 논술하시오.

논제 3. 위의 논의를 기반으로 기업의 입장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란 어떤 것이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어떤 나라인지 설명하고, 그러한 나라의 좋은 면과 나쁜 면을 평가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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