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입’ 홍보맨 전성시대

  • 입력 2006년 2월 26일 22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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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홍보맨'들이 신이 났다. 하루가 다르게 '주가(株價)'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홍보파트는 회사 안에서 가급적 가지 않으려 했던 기피업무. 홍보담당자들의 입지도 약했다.

하지만 최근 기업이미지와 인적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홍보맨들의 위상은 급상승하고 있다. 과거 같으면 생각하기 쉽지 않았던 사장 승진자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홍보출신 최고경영자(CEO) 속속 등장

24일 포스코 이사회에서 윤석만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며 또 한명의 홍보출신 사장이 탄생했다. 그는 32년간의 회사 생활에서 26년간 직간접으로 홍보 업무를 맡은 포스코 홍보의 '산 증인'이다.

윤 사장 말고도 최근 1~2년 사이에 홍보 출신 사장들의 등장은 부쩍 눈에 띈다.

홍보 임원 출신으로 현재 가장 높은 직급까지 승진한 사람은 김대송 대신증권 부회장. 1990년대 초반 양재봉 창업주의 '특명(特命)'으로 홍보상무를 맡아 대신증권 이미지 쇄신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듣는 그는 사장을 거쳐 지난해 10월 부회장으로 승진해 기업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광주일고와 한양대를 졸업한 김 부회장은 1975년 공채 1기로 대신증권에 입사해 기획, 홍보, 영업 등을 두루 거치며 30년 만에 부회장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2004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입사동기 양회문 회장(양재봉 창업주의 아들)과 둘도 없는 친구였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도 홍보맨들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 홍보실장 출신인 최한영 사장은 2004년부터 사장급으로 승진한 뒤 전략조정실장을 거쳐 현재 상용사업담당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금은 물러났으나 지난해 김익환 기아자동차 홍보실 부사장 겸 국내영업본부장도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LG전자 홍보팀 부사장을 맡았던 김영수 사장은 지난해부터 LG스포츠 대표이사 사장으로 스포츠단을 총괄하고 있다.

한화그룹에서는 구조조정본부 홍보팀장 출신인 남영선 ㈜한화 화약부문 사업총괄 임원이 지난해 3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남사장에 앞서 홍보팀장을 지냈던 정이만 사장은 한컴 사장에 이어 2004년부터 63시티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주요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사장급 홍보책임자도 탄생했다. 주인공은 김 진 사장. 그는 프로야구단 두산베어스 사장 겸 그룹 홍보실 사장이 돼 주목을 받았다.

당시 재계에서는 '형제의 난'으로 대외 이미지가 땅에 떨어진 두산이 홍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김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기업이미지가 중요시되는 시대

회사 안에서 입지가 탄탄해 앞으로 승진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는 홍보맨도 많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의 이순동 부사장은 지난해 'X파일 사건'으로 시련을 겪기도 했으나 앞으로 사장 승진이 유력시된다.

LG그룹과 LG전자의 홍보를 총괄하고 있는 정상국 부사장도 업무추진 능력이 뛰어나고 대내외 평가도 좋아 1~2년 안에 사장 승진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이용훈 부사장과 효성의 엄성룡 전무, 포스코 김상영 상무, 동양의 김영훈 상무 등도 주목받는 임원으로 꼽힌다.

최근 홍보맨들의 중용이 크게 늘어난 것은 기업이미지와 대외업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한상공회의소 김현석 홍보상무는 "기업이 일만 잘해가지고는 소용없고 이를 잘 알리고 기업이미지를 높여야 하는 시대가 됐다"며 "또 언론관계 등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과의 대외업무가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홍보맨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자(CEO)를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특성상 이들의 조직 충성도가 남다르다는 점 역시 높은 평가를 받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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