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임기 5년 너무길고, 잦은 선거로 국정운영 흔들”

  • 입력 2006년 2월 26일 1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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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대통령이 취임 4주년을 시작하는 26일 출입기자들과의 청와대 뒷산 산행을 하고있다. 석동율기자 seokdy@donga.com
노무현대통령이 취임 4주년을 시작하는 26일 출입기자들과의 청와대 뒷산 산행을 하고있다. 석동율기자 seokdy@donga.com
“대통령 임기 5년이 너무 긴 것 같다. 대통령이나 정부, 국회든 5년의 계획을 세워 제대로 일을 하려 한다면 중간에 선거가 너무 많은 것은 좋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이 26일 오전 취임 3주년을 맞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함께 북악산을 산행하면서 한 말이다.

◇임기와 중간 평가

노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임기 중간에 선거 같은 것을 하지 않으면 좋겠다”며 “선거 변수가 끊임없이 끼어들기 때문에 국정이 끊임없이 흔들린다. 임기 중반에 자꾸 선거를 하는 것은 국정운영에 합리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하는 일이나 하려는 일들을 선거 때문에 중지해야 하고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형식 논리로는 2~3년 업적의 중간 평가를 위해 적절하게 (임기 중간에) 선거를 넣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며 “그러나 2년을 갖고 중간평가를 한다고 하면 결국 이미지 평가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중간 선거는 여러 변수가 끼어 들기 때문에 그것을 평가라고 볼 수 없다”며 “중간 평가에 대해 여러 의견 있지만 선거가 너무 자주 있는 것이 좋은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임기가 10년이 되든 100년이 되든 중간에 선거가 계속되면 임기가 긴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차라리 자기가 중심이 되는 선거라면 정치적 명제를 내걸고 정면승부를 해서 국민으로부터 정책의 심판을 받겠지만 중간평가에서 자기 선거가 아닌 당의 선거를 갖고 하게 되면 직접 심판을 받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평가와 심판을 한꺼번에 모아서 진퇴로 결정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개헌 문제

그러나 노 대통령은 개헌 논의와 관련해 “특정 개헌 이슈를 꼭 주도할 상황이 아니다. 개헌 고려 없다. 대통령의 희망이 다 실현되거나 시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취임 초반에 개헌 주장을 말한 적이 있으나 여러 정치적 상황 때문에 대통령이 꺼내 추진될 상황이 아니다. 되지도 않을 일을 평지풍파내지 않고 벌려놓은 일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적 상황으로 보면 (개헌은) 내 영역을 벗어난 일이다. (내가) 쟁점화하고 추진해나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 내 역량 바깥의 일이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국가정책의 우선순위로 보면 대통령에 있어서 개헌은 우선순위가 높은 게 아니다”며 “앞으로 정치권에서, 시민사회에서 사회적 공론화가 되면 부분적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내가 먼저 들고나갈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임기 문제와 중간 평가는) 그걸 전제로 얘기한 게 아니다. 그 수준으로 이해해줬으면 오해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3년을 지나보니 깨우친 것은 헌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문화이고 제도가 모든 것을 해결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라며 “경험을 보면 헌법제도가 가장 중요하거나 결정적인 것은 아니고 내가 모든 것을 제쳐놓고 매달릴 만큼 우선순위가 (있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역사 의식과 사회 갈등

노 대통령은 지난 3년간 소회를 밝히며 “나의 당선 자체가 역사적으로 큰 사건”이라며 “내가 당선됐을 때 인터넷 바람이니 했지만 사회적 운동과 같은 조직화되지 않은, 또 조직화 안됐다고 할 수 없는 대중적 파워, 특수한 선거과정을 거쳐 당선됐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야당과 일부 언론과의 관계도 그렇지만 기성 정치사회 문화에서 갈등과 마찰이 아주 심한데, 그 마찰은 2002년 대선 선거과정에서 나타났던 대중적 흐름과 기존의 우리 사회 흐름과 질서 사이의 마찰과 갈등(과 연결된다)”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87년 6월에 등장했던 피플 파워, 대중적 동력, 즉 국민적 참여의 바람이 갖고 있는 시대적 의미를 밀고 나가 지켜나가는 것이 나의 역사성”아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권력을 국민의 틀 속에 돌려줘야 한다”며 “규범 위에 있는 것을 규범 아래로 자리 잡게 한다는 것이 법치주의의 실질적 의미다. 이는 국민들의 지위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와 경제, 언론, 지식사회 권력이 연합 연대 형성했을 대 보통 국민의 지위는 약해진다”며 “이 같은 유착을 해체하면서 국민, 보통 사람들의 지위를 향상된다. 내가 지켜야할 중요한 역사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정치적 과제에 대해 노 대통령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해체하고, 정치권력과 언론 사이의 수직적 유착과 수평적 공생관계 등이 정리된다거나 권력기관(정치와 관료)간 상호 연대, 즉 힘센 권력기관 간 결탁, 야합이나 부적절한 관계가 해체되는 등 ‘이중적 질서’가 해소되면 명분과 내실이 함께 가는 사회, 즉 민주주의 내실을 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왕의 권력이 일반 국민에게 분배되고, 왕이 누리던 것을 일반 국민에게까지 누리는 것이 진보”라며 “권력이나 특권이 일반 국민에게 퍼져나가는 과정이 역사의 발전이다. 그런 의미에서 (참여정부) 출범의 의미도 그렇고, 사회변화도 상당 수준 진보한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대연정

대연정에 대해서 노 대통령은 “과속이 됐지만 아직도 살아 있다”고 말했지만 “이 또한 대통령의 지도력으로 풀어나가기엔 역부족이다. 임기 안 목표로 노력하되 성과를 보기엔 무리다. 타협과 상생의 문화는 장기적 목표로 미뤄야 한다”고 토로했다.

◇양극화와 한미 FTA

노 대통령은 “앞으로의 우선순위는 양극화 해소”라며 “국민의 안정된 삶과 지속적 성장, 사회 통합을 위해서 양극화 문제는 더 뒤로 미룰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임기 중 (양극화 문제가) 호전되거나 해소되지 않을 것이지만 최대한 악화되지 않게 저지해야 한다”며 “다 해결하지 못해도 청사진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한 가지가 한미 FTA고 찬반 논쟁이 많은 주제다. 인식의 전환점으로서 도전에 성공했으면 좋겠다”며 “이 두 가지(양극화와 한미FTA)는 한국 정책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전환점이 될 주제”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가 선진국을 따라잡은 분야에선 중국도 우리를 따라잡을 것이고 우리가 선진국을 따라잡지 못한 분야는 중국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분야가 기업과 관련된 고급 지식서비스 분야다. 금융과 신성장동력 분야다. 보호냐 개방이냐를 선택해야 한다. 그 문제에 대한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분석해 내린 결론이 개방 속에서 성장전략이 옳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한미 FTA는 우리 한국 경제의 새로운 활로에 대한 고민의 결과”라며 “남은 2년간 양극화와 한미 FTA는 큰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남은 2년도 시끄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한미 FTA와 양극화 문제는 복잡한 문제이어서 새로운 의제로 던지는 문제를 놓고 고심했다. 결국 시끄럽더라도 문제 제기가 낫겠다고 생각했다”며 “(두 문제 해결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남은 2년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무사 원만한 지도자보다도 나처럼 좀 개성 있는 일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 같은 원칙은 각료 인사 기준에도 적용된다”며 “일 잘하는 사람은 지뢰도 터지고 낙마하지만 그래도 남는 게 있다. 남은 2년도 바쁘고 시끄럽더라도 계속 그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정치는 꿈보다 해몽이 낫다고 한다”고 말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취임 3주년을 맞아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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