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남철수’ 피란민 구조 공로 ‘로버트 러니’씨 대휘장 받아

  • 입력 2006년 2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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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대한민국 재향군인회로부터 6·25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에서 피란민을 구조한 공로로 대휘장을 받은 로버트 러니 씨. 러니 씨는 “공산치하를 벗어나 자유를 찾아나선 피란민들은 모든 것을 희생하고 인내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오른쪽은 당시 흥남부두로 물밀듯 몰려드는 피란민들. 원대연 기자
23일 대한민국 재향군인회로부터 6·25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에서 피란민을 구조한 공로로 대휘장을 받은 로버트 러니 씨. 러니 씨는 “공산치하를 벗어나 자유를 찾아나선 피란민들은 모든 것을 희생하고 인내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오른쪽은 당시 흥남부두로 물밀듯 몰려드는 피란민들. 원대연 기자
“한국의 젊은 세대는 전쟁의 참화를 딛고 경제기적을 이룬 부모 세대의 희생을 결코 잊어선 안 됩니다.”

23일 대한민국 재향군인회로부터 6·25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에서 피란민을 구조한 공로로 대휘장을 받은 로버트 러니(79) 씨는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고 흥남철수작전에 참가한 모든 사람을 대신해 대휘장을 받은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러니 씨는 “오늘날 한국의 자유와 풍요는 거저 이뤄진 게 아니라는 점을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에게 분명히 강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1950년 12월 흥남철수작전에 참가해 피란민을 구조한 미국 상선 메리디스 빅토리호의 선원이었다. 그는 “혹한 속에 중공군의 대공세를 피해 부두로 몰려든 수많은 피란민의 공포에 질린 얼굴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당시 흥남항은 3∼4km 떨어진 곳까지 중공군의 포탄이 비 오듯 쏟아지는 데다 부두와 백사장에는 부녀자와 어린이 등 수많은 피란민이 끊임없이 밀려들어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유엔군은 당초 군 병력과 장비만 철수시키려다 한국군의 강력한 요청으로 197척의 선박과 1만7500여 대의 차량을 동원해 10만 명이 넘는 피란민들의 구조 작전을 감행했다.

당시 인근 해역에서 미군 지원 임무를 맡고 있던 빅토리호의 선원 47명도 1950년 12월 22일 정원의 7배가 넘는 1만4000여 명의 피란민을 태우고 사흘 만에 거제도에 무사히 도착했다.

해상엔 곳곳에 기뢰가 떠다니고 배엔 식량과 마실 물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빅토리 호는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피란민들을 안전하게 구조한 것. 이 같은 기록으로 빅토리호는 세계 전사(戰史)에서 단일 선박으로 가장 많은 인명을 구조한 배로 2004년 기네스북에 올랐다.

러니 씨는 “공포와 위기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은 한국인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었다”며 “공산치하를 벗어나 자유를 찾아 나선 피란민들은 모든 것을 희생하고 인내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지난해 맥아더 장군의 동상 철거 논란과 관련해 그는 “일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당시 맥아더 장군은 공산군에 맞서 한국과 한국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한국인은 이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 네 번째로 한국을 방문한 러니 씨는 “한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경제 강국으로 성장한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며 “2001년 세상을 뜬 레너드 라루 선장을 비롯해 생존 중인 다른 동료들도 같은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법무부 연방검사를 거쳐 현재 뉴욕 주 변호사로 활동 중인 러니 씨는 24일 우석대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다음 달 2일 이한한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메리디스 빅토리호:

7600t 급 미국 상선으로 6·25전쟁 당시 흥남항 인근 해역에서 미군 항공기에 제트유를 공급하는 임무를 하다 흥남철수작전에 참가했다. 1990년대 초까지 화물선으로 운항하다 중국에 폐선으로 넘겨져 분해됐다. 수년 전 미국에서 빅토리 호의 영웅적 구조담을 다룬 ‘마리너스 기적의 배’라는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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