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 한글번역 필사 완본 최초발견

  • 입력 2006년 2월 22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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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1805)이 쓴 '열하일기(熱河日記)'를 한글로 번역한 필사본이 새로 발견됐다. 19세기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필사본은 당대 한글 문학의 유려한 문체와 서민의 독서 풍토를 보여 주는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대 인문대 권두환(權斗煥) 교수는 '연암열하일긔'라는 제목이 붙은 254쪽 9만2000여 자 분량의 열하일기 한글 번역 필사본을 22일 사진자료 형태로 공개했다.

권 교수가 일본 도쿄(東京)대에서 찾아낸 이 필사본은 열하일기의 유일한 한글 번역본으로 알려졌던 명지대 소장본의 17배 분량이다. 명지대 소장본은 제2권만 남아 있어 전모를 알 수 없으며 극히 일부분을 발췌 번역해 내용 연결이 어색하다.

반면 이번에 발견된 필사본은 상하권 완본으로 작가의 생생한 경험을 유려한 한글 문체로 고스란히 살린 세련된 편역(編譯)이라고 권 교수는 설명했다.

이 필사본은 경성제국대와 도쿄제국대에 재직했던 한국어 연구의 대가 오구라 신페이(小倉進平·1882~1944) 교수가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상권 150쪽, 하권 104쪽이며 각각의 표지에 '熱河記 乾(열하기 건)', '熱河記 坤(열하기 곤)'이라고 한문으로 적혀 있다.

권 교수는 문체 단어 맞춤법 등을 살펴본 결과 이 필사본의 저본(底本)은 18세기 말이나 19세기 초에 만들어진 한글 번역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이 필사본은 이해하기 쉬운 근대 우리말 문체가 18세기 후반 이전에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당시 서민 여성 어린이 등 대중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적 형태로 편역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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