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백홍렬]다시 주목받는 달 탐사

  • 입력 2006년 2월 1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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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7월 20일 유인 탐사선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이 달에 인류 최초의 발걸음을 내디딘 지 벌써 36년이 지났다. 그 후 실용성 문제 등으로 인류의 우주탐사는 지구저궤도(고도 1000km 이하) 부문에 집중됐지만 이제 이를 벗어나기 위한 기지개가 한창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인도, 중국 등 세계 각국이 달 탐사에 새로이 관심을 갖고 경쟁적으로 탐사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아폴로 계획은 1960년대의 아날로그 기술을 사용하였다. 로켓 기술은 그 당시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컴퓨터를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기술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크게 발전했다. 그 당시의 로켓 발사에 쓰인 컴퓨터는 현재 사용하는 노트북컴퓨터의 성능에도 훨씬 못 미쳤다. 이런 기술의 발전 덕택에 인류에게는 이전보다 안전하고 경제적인 달 탐사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미국은 국제우주정거장 프로젝트를 2010년대 중반에 마무리하고 2030년대에는 화성에 사람을 보낸다는 목표를 세워 두고 있다. 달 탐사는 그 중간 단계 성격이다. 미국은 유럽과 일본, 한국 등에 2020년 달기지 건설을 목표로 국제 공동 탐사 참여를 제안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중국, 인도 등 떠오르는 우주 신흥 강국들은 독자적인 달 탐사계획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미국은 떠오르는 중국을 경계하고 있는데 특히 우주개발 분야에서 더욱 그렇다.

달 탐사는 그 자체로 산업적 과학적 의미가 크다. 국제우주정거장이 우주 무중력 활용을 위한 것이라면 달 탐사는 초(超)진공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달은 대기가 전혀 없는 초진공 환경으로 쓸모가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입자가속기나 중력파 탐지 같은 과학실험과 초정밀 회로를 만드는 반도체 산업에 아주 유용하다.

또 달의 뒷면은 지구에서 나오는 빛이나 전파가 완전히 차단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우주과학 연구에 더할 나위가 없는 조건이다.

그뿐 아니라 달에는 대기가 없기 때문에 태고 때부터 태양에서 날아온 헬륨동위원소(He₃)가 달의 토양 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이는 미래의 무공해 에너지원인 핵융합의 귀중한 연료가 된다. 이 때문에 각국은 He₃의 채취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아울러 달의 극지(極地)에서 얼음 형태로 물이 발견돼 산소와 로켓 원료를 달에서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기대까지 낳고 있다.

한국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국제 공동 달기지 건설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받아 작년부터 관련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국제 공동 달기지 건설 계획이 확정된다면 이는 인류의 가장 큰 우주 개발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한국은 이 계획에 참여해 관련 기술을 습득함으로써 비용 대비 효과를 최대화하는 것이 목표이다. 한국은 이미 세계가 인정하는 정보기술(IT) 분야 강국이다. 이 때문에 NASA는 한국이 IT를 접목한 우주로봇 분야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지금 우주 개발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1960, 70년대처럼 한 국가가 국력 과시를 위해 막대한 국가 재원을 투자하는 것은 자제하고 여러 국가가 개발 위험과 비용을 분담해 분업으로 참여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또 국민의 실생활에 도움을 주고 돈을 벌 수 있는 민간에 의한 소규모 ‘벤처형’ 우주개발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08년부터 우주관광에 나선다는 목표를 세우고 민간에서 ‘스페이스십2’ 우주선을 개발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시대 변화를 잘 읽고 민첩하게 대응한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거북선과 금속활자를 만든 창의성과 모험 정신이 있지 않은가.

백홍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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