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투란도트’ 주연 서혜연씨 “관객가슴 뜨겁게 달굴것”

  • 입력 2006년 2월 1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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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한 기자
전영한 기자
“이방인에 대한 복수심과 증오심으로 얼음처럼 차가운 공주 투란도트도 칼라프 왕자의 키스를 받고는 무너져 내립니다. 그녀가 ‘이제 투란도트는 없어!’라고 말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드라마틱한 오페라가 많지만 ‘투란도트’만큼 극적인 작품은 없을 겁니다.”

유럽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드라마틱 소프라노’로 평가받는 성악가 서혜연(43·서울대 교수) 씨가 6년 만에 국내 무대에 선다. 22∼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오페라단의 ‘투란도트’는 그의 불같은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난 서 씨는 로비를 쩌렁쩌렁 울릴 만큼 엄청난 크기의 소리로 웃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 돌아볼 정도였다. 과연 드라마틱 소프라노의 목소리는 저런 것일까 싶었다.

“음대 재학시절 제가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웃으면 이웃한 법대에서도 들릴 정도라고 했을 만큼 제 웃음소리는 유명했어요. 제 목소리는 도니제티, 로시니의 오페라처럼 벨칸토 창법으로 부르는 서정적 여주인공 역에는 안 어울려요. 강한 성격 연기를 통해 속 깊이 잠재해 있는 뭔가를 불처럼 뿜어내는 드라마틱 소프라노로 관객과 만날 때 가장 큰 즐거움을 느낍니다.”

서 씨는 1989년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과 밀라노 시가 공동 주최한 오페라 ‘마하고니 시의 흥망’에서 주역으로 데뷔한 후 오페라 ‘나비부인’, ‘투란도트’, ‘아이다’, ‘나부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등의 작품으로 유럽 전역에서 주역 가수로 활동해 왔다. 이탈리아에서 12년간의 활동을 마치고 1998년 귀국, 서울대 음대 교수가 된 뒤에도 방학을 이용해 1년에 3, 4편씩 해외 오페라 무대에 섰다.

국립오페라단이 2003년에 이어 두 번째 올리는 ‘투란도트’는 독일 하노버 국립극장의 수석지휘자로 임명된 지휘자 구자범의 국내 오페라 데뷔 무대라는 점에서도 화제를 낳고 있다. 2000년 예술의전당 오페라 ‘아이다’에 출연한 이후 처음으로 국내 무대에 서는 서 씨도 설레는 마음이기는 마찬가지다.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마지막 작품이라 그런지 군중들의 합창 장면이 극 전체를 이끌어 가는 매우 스펙터클한 작품입니다. 오페라 악보에서 한 박자 쉬는 것이나 흐느끼는 한순간까지도 작곡가가 다 계산에 넣은 것임을 알 수 있어요. 쉼표 하나까지 그의 음악을 음미하면서 오페라를 보면 정말 가슴이 찡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평일 오후 7시 반, 토 오후 4시. 1만∼15만 원. 02-586-5282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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