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佛-日부부 라이프스타일]한국부부“사랑하긴 하는건가?”

  • 입력 2006년 2월 10일 0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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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에 사는 주부 김모(38) 씨는 1주일 전 시댁 문제로 남편과 말싸움을 한 뒤 아직 냉전 중이다. 김 씨는 “평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안 하는 남편이 시댁 얘기만 나오면 흥분한다”며 “남편이 정말 나를 사랑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 안양시에 사는 직장인 이모(37) 씨는 이른바 권태기를 맞고 있다. 이 씨는 “‘섹스리스’ 부부로 산 지 1년은 된 것 같다”며 “이제는 (부부관계에 대한) 욕구도 별로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의 부부들은 어떨 때 배우자에게서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을까.

다국적 제약회사 릴리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 프랑스 등 4개국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인은 배우자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나라별로 30대, 40대, 50대 남녀 50명씩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사랑이란 감정이 중요”=특히 한국인은 키스나 부부관계보다 ‘사랑한다’는 말에 더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한국 남성의 48.7%, 여성의 56.7%가 이렇게 답했다.

반면 ‘부부관계를 가질 때’라는 대답은 각각 25.3%, 8.0%에 불과했다. ‘키스를 할 때’란 응답은 더 적어 각각 9.3%, 4.7%에 머물렀다.

이와 같은 반응은 미국 프랑스 등 서구와 확연히 달랐다. 미국의 경우 ‘부부관계를 가질 때’를 선택한 사람은 각각 66.7%, 58.7%로 나타났다. ‘키스를 할 때’란 응답은 각각 74.7%와 74.0%로 더 높게 나타났다.

▽“부부생활에 부부가 없다”=4개국 남녀 모두가 부부생활을 불만스럽게 만드는 요인으로 대화 부족을 지적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대화 부족도 문제지만 대화 내용도 나머지 3개국과 확연히 달랐다. 한국 남성의 39.3%, 여성의 44.7%가 친구나 이웃 등 주로 주변 이야기를 소재로 대화한다고 응답했다.

미국은 남성의 0.7%, 여성의 1.3%만이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반면 부부 자신을 주제로 한 대화는 매우 적었다. 한국 여성 중 “부부를 주제로 일상적인 대화를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반면 프랑스의 경우 남성의 23.3%, 여성의 18.0%가 일상적인 부부생활을 주제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부부 만족도, 한국이 가장 낮아=이런 요인들이 작용해 4개국 중 한국이 부부생활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한국의 경우 만족도는 남성 31.4%, 여성 35.0%였다. 일본은 남녀 모두 50%대였으며 프랑스와 미국은 모두 70%를 넘어섰다. 성별로 보면 프랑스 남성이 78.0%, 미국 여성이 74.0%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지역을 담당한 릴리의 시알리스 마케팅팀 김경숙(金慶淑) 부장은 “애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한국 문화의 특성 때문에 이런 결론이 나온 것 같다”고 원인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권준수(權俊壽) 교수는 “결국 서로 관심을 갖고 대화를 많이 하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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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잠자리’ 만족도 한국이 꼴찌▼

“아내는 성관계에 관심이 없고 테크닉이 없어요. 또 저의 성적 욕구를 충분히 만족시켜 주지도 못해요.”

“남편은 자신의 욕구만 충족하고 제 기분은 신경 쓰지 않아요. 테크닉도 별로 뛰어나지 않아요.”

이번 조사에서 부부 성관계가 만족스럽지 못한 원인에 대한 가장 많이 나온 한국인의 대답이었다. 똑같은 현상을 자신의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동상이몽(同床異夢)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가 “문제 해결을 위해 배우자와 대화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부부관계에 있어서도 한국은 4개국 중 낙제점을 받았다.

부부관계가 만족스러운가를 묻는 질문에 한국 남성은 53.3%, 여성은 33.1%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반면 프랑스의 경우 남성은 92.7%, 여성은 80%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미국, 일본 역시 한국보다 높게 나타났다.

미국의 부부들은 일상적으로 성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평소 성에 대해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남성의 15.3%, 여성의 30.7%만이 “평소 배우자와 성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고 응답했다.

발기부전 등 성기능에 이상이 생겼을 때 미국과 프랑스 남성의 70% 정도는 배우자와 먼저 상의를 한다. 그러나 한국 남성들은 48.7%만이 배우자와 상의를 하고 있었다. 4개국 모두 40∼50%가 남성의 성기능 이상이 부부의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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