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대 남극탐험 소설…‘서해풍파’ 92년만에 재출간

  • 입력 2006년 2월 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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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각국 신문 지상에 연일 북극 탐험을 하느니, 태평양 한가운데 작은 섬을 발견했다느니 하며 탐험가의 명예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네. 이참에 우리도 모험적 사상으로 일을 한번 해 보세.’

아문센이 남극 탐험에 성공한 지 3년 뒤인 1914년 국내에서 발표된 남극 탐험 소설 ‘서해풍파’의 한 대목이다. 이 소설은 국어학자이자 소설가인 이상춘(1882∼?)이 쓴 작품. 최영호 해군사관학교 인문학부 교수가 지난해 초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이 소설을 발견해 현대 어법에 맞게 고쳐 최근 한국국학진흥원에서 펴냈다.

소설의 내용은 인천 연평도 바닷가에 살던 형제가 배를 만들어 태평양에 띄우고 남극 탐험에 나선다는 것. 김순석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원은 “아문센이 1911년 남극 탐험에 성공하고 일본의 시라세 대원이 1912년 남극 탐험에 나서자 이상춘이 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우기 위해 이 소설을 집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우리말 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시기에 조선의 두 형제가 미지의 세계인 남극 탐험에 성공한다는 얘기는 조선인에게 도전정신과 독립정신을 고취시켰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춘은 대한제국 말 국어학자 주시경의 제자로 개성 송도고등보통학교 조선어 교사를 지냈다. 일제강점기에 한글에 애착을 갖고 홀로 조선어 편찬 작업을 해서 9만 어휘를 정리했으며, 대가를 받지 않고 결과물을 조선어사전편찬위원회에 전달했다. 그의 이 같은 활동은 1929년 11월 15일자 동아일보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는 소설가로도 활동하면서 1910년대 단편소설 ‘정(情)’ ‘기로’ 등을 발표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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