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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백남준씨 뉴욕 ‘퍼포먼스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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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백남준씨 뉴욕 ‘퍼포먼스 장례식’

입력 2006-02-06 03:06수정 2009-09-3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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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 시간) 오후 백남준(白南準) 씨의 장례식이 열린 미국 뉴욕 프랭크 캠벨 장례식장. 사회를 맡은 백 씨의 조카 켄 백 하쿠다 씨가 “고인은 평범한 장례식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자 갑자기 침묵이 흘렀다. 그가 이어 “고인의 넥타이 자르기 퍼포먼스를 기념해 옆에 앉은 사람들의 넥타이를 잘라 주세요. 비싼 넥타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비용은 고인이 보상해줄 겁니다”라고 말하자 폭소가 터져 나왔다.》

그러자 존 레넌의 부인 오노 요코 씨가 하쿠다 씨 넥타이를 자르는 것을 시작으로 조문객들이 미리 준비된 가위로 옆에 앉은 사람들의 넥타이를 잘랐다. 요코 씨는 자른 넥타이를 고인의 시신 위에 올려놓으면서 명복을 빌었다.

금세 백 씨 시신 위에는 잘린 넥타이들이 수북이 쌓였다. 고인의 마지막 퍼포먼스인 셈이다.

백 씨가 1960년 독일에서 공연 도중 그의 정신적 스승인 존 케이지의 넥타이를 자르면서 유명해진 이 퍼포먼스는 기존 관념과 형식의 파괴를 상징한다.

이날 장례식은 이처럼 파격의 연속이었다.

3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백남준 씨의 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이 옆에 앉은 사람들의 넥타이를 자르며 과거 ‘넥타이 자르기 퍼포먼스’를 통해 고정관념을 파괴하고자 했던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1998년 백악관에서 있었던 백 씨의 ‘하체노출 사건’이 ‘준비된 퍼포먼스’였다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하쿠다 씨는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빌 클린턴 대통령이 주최한 백악관 만찬에서 고인을 만났을 때를 기억하고 있다’는 조전을 보내왔다”고 소개하며 “고백할 것이 있다”며 말을 꺼냈다.

“삼촌과 백악관에 갔다. 그런데 휠체어에 타고 있던 삼촌이 클린턴 대통령 앞에서 일어서는 순간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켄, 내 바지가 내려갔어. 어, 그런데 내가 속옷을 입지 않고 있었네!’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였다. 클린턴 대통령 얼굴은 돌처럼 굳어졌다. 일부 기자들은 기자회견을 요청했다. 지금 밝히지만 그 사건은 삼촌이 고의로 한 일이었다.”

조문객들은 이에 앞서 추모사에서 고인과의 인연에 대해 회고했다.

요코 씨는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백남준, 백남준으로 존재한 것에 대해 고맙다(Thank you, Paik Nam June, for being you)”라고 말했다.

미국 비디오 아티스트인 스타인 빌 비올라 씨는 “고인은 비디오아트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예술가이자 후배들을 항상 격려해 주는 분이었다”며 “평소에 나에게 ‘당신이 최고의 비디오 아티스트’라고 말했는데 알고 보니 사람들에게 모두 똑같은 말을 했더라”고 말해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독일 브레멘미술관의 불프 헤르첸라트 관장은 “고인은 항상 짧은 단어로 된 영어를 썼는데 ‘오른쪽 눈으로 왼쪽 눈을 봐(Look at your left eye with your right eye)’ 등 다른 사람은 흉내 낼 수 없는 영어를 많이 했다”고 말해 다시 폭소가 터졌다.

이날 장례식에는 백 씨의 부인 구보타 시게코(久保田成子) 씨 등 유족과 한국 정부 대표로 문봉주(文俸柱) 뉴욕총영사, 현대무용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는 머스 커닝햄 씨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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