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명 탄 이집트 여객선 홍해 참사… 승객 대부분 희생된듯

  • 입력 2006년 2월 4일 03시 06분


코멘트
2일 밤 12시경(현지 시간) 홍해에서 침몰한 이집트 여객선 ‘알 살람 보카치오 98’호. 1970년 건조된 뒤 1990년 이집트에서 대대적으로 수리됐다. 이집트 해운사 소속이며 파나마 선적이다. AP 자료 사진
2일 밤 12시경(현지 시간) 홍해에서 침몰한 이집트 여객선 ‘알 살람 보카치오 98’호. 1970년 건조된 뒤 1990년 이집트에서 대대적으로 수리됐다. 이집트 해운사 소속이며 파나마 선적이다. AP 자료 사진
2일(한국 시간 3일) 홍해에서 침몰한 이집트 여객선 ‘알 살람 보카치오 98’호의 승객들은 대부분 희생됐을 가능성이 크다. 침몰시점이 한밤중이었고 기상이 나빴을 뿐 아니라 구조작업도 3일 오후가 돼서야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희생자들=AP통신은 승객들이 대부분 이집트 노동자들이었다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두바 항과 이집트 사파가 항을 잇는 노선은 사우디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주로 이용했다. 승객 중에는 사우디에 있는 가족을 만나고 돌아오는 이집트인들도 있었다.

또 사파가 항에는 여객선 도착시간에 맞춰 마중 나온 가족들도 다수 보였다고 AP통신은 덧붙였다. CNN방송은 이때가 이집트 학교들의 방학이 끝나는 시기라 승객들 중 일부는 방학을 이용해 사우디를 방문하고 돌아오던 학생들과 가족들이었다고 전했다.

사고 직후 외신들은 승객들이 대부분 하지 순례자들이라고 보도했다. 사고 시점이 1월 사우디에 있는 이슬람 성지인 메카를 순례하고 돌아가던 기간이기 때문. 그러나 AP통신은 순례자들은 두바 항 남쪽에 있는 지다를 통해 사우디를 떠난다고 엇갈리게 보도했다.

이집트 카이로 주재 한국대사관의 박회윤 영사는 이날 사고 직후 “한국인 희생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 영사는 사고 여객선에는 승객 1310명, 승무원 96명이 타고 있었으며 대부분 이집트 사람이었으며 사우디, 소말리아, 수단 등 일부 외국인이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무하마드 루트피 만수르 이집트 교통장관은 “사고 원인을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충돌이나 테러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출항 당일 두바 인근 해역에서는 폭풍과 함께 높은 파도가 일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CNN은 선박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 여객선이 전복되기 쉬운 구조로 이뤄져 있다”고 지적했다. 적은 양의 바닷물이 들이쳐도 진동이 심해져 곧 전복된다는 것이다. 1987년 유사한 구조의 여객선이 벨기에 근해에서 전복돼 승객 193명이 숨진 적도 있다.

사고 여객선은 1970년에 건조돼 35년 된 노후 선박에 속한다. 그러나 엘 살람 해운은 이 여객선이 2010년까지 운항 허가를 받았으며 정비도 충실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약 220대의 차량도 함께 선적했지만 최대 승선인원(2500명)을 넘지는 않았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