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대근]‘초과(超過)권력’

  • 입력 2006년 2월 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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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정의를 내리는 데는 예나 지금이나 힘, 지배, 복종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막스 베버는 ‘타인의 힘을 거슬러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했다. 버트런드 러셀은 ‘의도한 효과를 만들어 내는 힘’이라는 표현으로 상상력을 자극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권력=강제로 복종시키는 힘’이라는 사전적 의미와 통한다.

▷청와대가 검찰을 겨냥해 ‘초과권력’이라는 말을 들고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이렇게 말했다. “사실 (검찰이) 정치인들 계좌는 다 뒤져 본다. 나에게 후원금 준 사람을 잡아넣고…. (검찰은) 자기 계좌는 안 보여 주는 유일한 조직이다.” 김종민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은 친절하게 주석(註釋)을 달았다. 대통령은 취임 후 초과권력을 다 내놓았는데 검찰에는 초과권력이 남아 있다는 뜻이라고.

▷노 대통령은 여당조차 강하게 거부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을 밀어붙였다. “지금이 봉건왕조시대냐”는 반응까지 나왔다. 2002년 대선 때 불법 정치자금을 거둬 감옥에 갔던 이상수 전 의원에 대해선 사면 복권을 서둘러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토록 하고, 낙선하자 노동부 장관에 임명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노 대통령의 코드인사, 지연(地緣)인사, 보은(報恩)인사는 더욱 두드러졌다. 인사를 전리품(戰利品) 챙기듯 하는 양상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이러다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생각이, 위기감이 든다”고까지 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수사(修辭)다.

▷아무리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권력’을 쥐고 있는 대통령이라도 인사권과 사면권을 무리하게 사용하거나 남용하면 초과권력이 된다. 임기가 있는 한시적 권력이 분수를 모르고 역사를 일방적으로 마름질하려는 것도 초과권력적 현상이다. 반면에 검찰이 대통령에게 후원금 준 사람을 (범법 사실이 있을 때 정상적인 법 집행 차원에서) 잡아넣는 것은 초과권력의 행사라고 볼 수 없다. 아무래도 청와대는 ‘초과권력’ 시비에 있어서도 자기성찰이 부족한 것 같다.

송대근 논설위원 dk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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