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페스토의 생명은 구체성과 검증 가능성이다. 마쓰자와 지사도 당선 후 3차례 현의회의 심의를 거친 뒤 ‘종합계획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5일간 예산심의를 방불하게 하는 질의응답과 토론을 거친 끝에 내용을 최종 확정했다. 유권자들은 매니페스토 이행실적만 평가하면 다음 선거에서 지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매니페스토는 1835년 영국 보수당이 이 이름으로 선거공약을 발표한 것이 기원이다. 이후 영국에서는 선거 한 달 전까지 각 당이 50쪽 안팎의 매니페스토를 내놓는다. 1997년 총선에서는 토니 블레어 노동당수가 ‘5∼7세 아동학급 규모를 30명 이하로 줄이기 위해 1억8000만 파운드가 드는 엘리트 교육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매니페스토를 발표해 집권에 성공했다. 반면 우리는 17대 총선 때도 각 당이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 ‘G7경제선진국 도약’ 등 알맹이 없는 ‘포괄적 공약’만을 내놓았다.
▷5월 3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민단체와 학계가 주축이 된 ‘매니페스토 선거추진본부’가 어제 발족했다. 후보들의 매니페스토 발표를 유도하고 검증해 정책선거를 이끌겠다는 것이 목표다. 선거 개입 논란도 예상되지만 2002년 대선 때처럼 경제성장률 5%를 공약했다가 상대 당이 6%를 내놓자 7%로 올리는 식의 ‘공약(空約)경쟁’이 되풀이되는 일은 없도록 소금의 역할을 다하기를 기대한다.
이동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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