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간부가 누리꾼 약올리는 도배글을?

  • 입력 2005년 11월 30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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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BC 홈페이지
출처 MBC 홈페이지
“지난번 ‘놈현(노무현)스럽다’ 칼럼을 쓴 이후로 이렇게 욕을 얻어먹긴 처음입니다.”

MBC PD수첩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여성을 양계장 닭처럼 취급하지 말라’며 PD수첩을 옹호하는 글을 올렸던 민주노동당 송태경 정책실장이 누리꾼들에게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송 실장은 지난 29일부터 ‘송태경(URIS***)’라는 아이디로 ‘피디수첩 다시 보셈’, ‘난자제공, 사망할 수도 있으셈’, ‘노성일 이사장 특허권부터 반납하셈’ 등의 글 수십 건을 올리며 황우석 교수를 지지하는 누리꾼들과 댓글 공방을 벌였다.

너무나 열심인 탓에 ‘MBC 알바(아르바이트)’로까지 지목됐던 송 실장의 ‘정체’가 발각된 것은 30일 오전. 몇몇 누리꾼들이 송태경이라는 이름과 아이디가 민노당 정책실장의 이름 및 개인 블로그 아이디와 일치한다는 점을 밝혀낸 것. 일부는 민노당에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하기도 했다.

격분한 누리꾼들은 송 실장이 쓴 글을 각 사이트와 민노당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집중 성토했다. “공당의 정책실장이 신분을 망각하고 할일 없이 ‘도배’나 일삼으며 누리꾼들을 약 올렸다는 것”이 주된 비판의 내용. 일부는 민노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송 실장은 동아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누리꾼들이 내 글을 오해하고 있다”며 “나는 황 교수를 욕한 적도, 누리꾼들을 약 올린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송 실장은 “나는 사실 황 교수의 열렬한 팬”이라며 “배아줄기세포 연구에서 역할 분담을 맡았던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과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의 책임론을 주장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난자를 구하는 일은 사실 황 교수의 통제 밖에서 이뤄진 일이 아니냐”고 반문한 뒤 “난자 구입과 윤리 문제를 담당한 노 이사장과 박 보좌관의 책임론은 사라지고, 잘못이 없는 황 교수와 PD수첩의 대립 구도로 가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에서 글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난자 제공 여성을 ‘양계장 닭’에 비유한 것에 대해선 “숭고한 기증자들을 모욕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PD수첩에서 거론된 영문도 모르고 난자를 제공한 여성들을 지칭 한 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최근 부작용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무턱대고 난자 기증을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도 여성들을 무정란을 낳는 닭처럼 만들고 있다”며 “난자 제공의 부작용에 대한 규명과 이에 대한 대비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당의 당직자가 근무시간에 인터넷 글쓰기로 소일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몇몇 분들은 나를 인터넷 폐인이라고도 하는데 그런 건 아니다. 점심시간에 잠시 짬을 내서 글을 올렸다”며 “내일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몇 건의 글을 더 올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하루동안 민노당 민원실로, 개인 전화로 너무나 많은 욕설을 들었다”며 “‘놈현스럽다’ 칼럼 이후로 이렇게 일방적으로 욕먹긴 처음”이라고 말했다.

송태경 실장은 2003년 4월 진보누리 사이트에 “이라크 파병안이 통과한 후 인터넷상에는 ‘놈현스럽다’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그 뜻은 ‘치사하다’, ‘간사하다’, ‘뒤통수친다’ 와 비슷하지면 강도 면에서 좀더 센 말”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된 바 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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