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규제와 평등주의가 키우는 서비스 적자

  • 입력 2005년 11월 30일 03시 01분


코멘트
수출로 번 돈을 해외여행과 유학으로 까먹고 있다. 올해 서비스수지 적자는 10월 말까지 111억9000만 달러다. 작년 동기(60억6900만 달러)에 비해 무려 84%가 늘었다. 올 1∼10월 상품수지 흑자 289억3000만 달러의 39%를 서비스수지 적자로 날렸다. 올해 연간 14조 원 정도로 예상되는 서비스수지 적자액이 국내에서 돌고 돌았다면 소비증가와 성장 및 일자리 창출에 적지 않은 몫을 했을 것이다.

서비스수지를 악화시키는 3대 분야는 관광, 유학 연수(교육), 의료이다. 이들 분야에서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도록 부채질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와 사회적 위화감을 구실로 강요되는 서비스의 하향 평준화다.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아니라는 증거가 없다”고 했지만, 서비스분야의 품질경쟁력과 가격경쟁력도 선진국 수준이라면 이처럼 심한 적자가 날까.

우리나라는 영어 생활권이 아니고 공교육의 질이 떨어져, 부담이 커도 자녀를 유학 보내는 국민이 늘고 있다. 평준화 교육을 고집할수록 유학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질 것이다. 학비가 비싸더라도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를 늘려야 한다. 해외의 우수 교육기관과 교원을 유치해 영어로 강의하는 학교가 많아지고, 외국에 나가는 것보다 나은 어학연수가 가능한 영어교육기관도 늘려야 한다.

비영리법인 병원의 일부를 영리법인으로 바꾸어 의료산업 고급화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아시아 의료허브를 꿈꾸는 싱가포르는 세계 부호들이 찾는 VIP병동은 물론이고 한국인을 위한 전용병동까지 만들어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급 의료서비스 수요가 엄연히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규제책만 편다면 국내 의료수준의 향상에 도움이 안 될뿐더러 해외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어렵다.

여행수지 적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전체 서비스수지 적자의 45%를 넘었다. 해외 골프관광 수요만 줄여도 개선효과가 클 것이다. 한국의 골프장 요금은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골프장 건설 규제를 풀고 관련 세금을 낮춰 싼값에 골프를 즐기게 하면 외화 유출을 줄이고 일자리 창출과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위협이나 애국심 캠페인이 아니라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