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교수팀이 전하는 ‘PD수첩 보도’ 전말

  • 입력 2005년 11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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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에 대한 MBC PD수첩 팀의 취재는 어떻게 시작돼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누리꾼(네티즌)의 집단대응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언급으로 일파만파 확산되는 이번 사태의 전말을 황 교수팀, 미즈메디 병원, MBC PD수첩팀, 노 대통령의 언급을 통해 재구성해본다.

○ 최초 제보자는 황 교수 연구팀원?

황 교수 연구팀은 PD수첩에 대한 최초 제보자가 한때 연구원으로 함께 일했던 A 씨라고 확신하고 있다.

A 씨는 2002년 팀에 합류해 2년가량 연구팀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2004년 2월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 추출 연구논문에서 A 씨는 15명의 저자에 포함됐다.

하지만 A 씨는 다른 연구원과 잘 융화되지 못해 충돌이 잦았다고 동료들은 말한다. 연구팀 관계자는 “2004년 사이언스 논문 발표 후 황 교수는 팀워크를 위해 A 씨를 ‘유급휴가’ 형식으로 연구팀에서 내보냈다”고 말했다.

A 씨는 이후 연구팀에서 ‘억울하게’ 배제됐다고 섭섭한 감정을 품고 있다가 PD수첩 팀에 제보한 것 같다는 게 황 교수 연구팀의 추정이다.

황 교수팀은 올 5월 ‘사이언스’ 논문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와 올 8월 ‘네이처’에 발표한 ‘세계 최초 복제개 스너피’가 모두 ‘가짜’라고 제보한 사람이 A 씨라고 믿고 있다.

○ “논문 가짜로 밝혀질 것” 위협

연구팀이 A씨를 제보자로 확신한 것은 22일 PD수첩이 방영됐을 때였다. 방송에서 ‘난자 기록장부’라고 보여 준 것이 A 씨의 ‘개인 실험노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생명공학의 발전과 현황’을 알고 싶다는 PD수첩의 취재가 시작되자 황 교수 연구팀은 당황했다. 취재팀이 “연구 성과가 진짜인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노성일(盧聖一)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28일 본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미국 피츠버그대에 파견된 P 연구원은 PD수첩팀이 지난달 19일 ‘황 교수는 이제 곧 구속된다’ ‘논문도 가짜라는 것이 밝혀질 것이다’ 등의 회유와 협박에 가까운 취재를 했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또 다른 K 연구원은 이때의 충격으로 10여 일 전 의식을 잃어 병원에 입원했으나 최근 퇴원했다고 노 이사장은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진용(崔震溶) MBC 교양국장은 “제작진으로부터 취재과정의 구체적인 정황을 듣지는 않았지만 관행에 비춰 문제될 것이 없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 제보자의 주장을 너무 믿었나

PD수첩 측이 연구팀을 몰아붙인 것은 제보내용을 확신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PD수첩팀은 지금도 ‘연구 자체가 허위’라는 제보에 대해 취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난주 PD수첩 방송을 지켜본 황 교수 연구팀은 방송내용 일부가 사실과 너무 달라 당혹해했다. 대표적인 것이 ‘난자 기록장부’.

A 씨의 실험노트가 연구팀 전체의 난자 기록장부로 둔갑한 데다 650여 개라는 숫자가 어떻게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병천 교수는 “A씨의 실험노트에는 미즈메디병원에서 얻은 ‘싱싱한’ 난자뿐 아니라 종양 환자로부터 채취한 난소 등도 기록돼 있을 것”이라며 “이것을 PD수첩팀이 전부 합산해 계산했는가 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당시 사용된 난자는 논문에서 밝혔듯 242개뿐”이라고 재확인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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