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옷 입고 시험장 갔더니 주머니서 전화 ‘삐리리’

  • 입력 2005년 11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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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휴대전화를 소지했다가 적발돼 성적 무효 및 1년간 수능 응시 금지 위기에 처한 수험생의 처리 방식을 교육인적자원부와 국회가 고민하고 있다.

고등교육법과 교육부 지침에 따라 휴대전화 소지 자체만으로도 부정행위자로 간주하겠다고 명시하고 홍보했으므로 처벌에 정당성이 있지만 수험생의 딱한 사연에 대한 동정론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광주에서 시험을 치른 A(18) 군은 1교시 언어영역 시험 중 겉옷 호주머니에서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A 군은 순간 깜짝 놀랐다. 시험감독관은 휴대전화 소지 경위와 휴대전화 발신자를 확인했다.

시험감독관이 확인한 결과 당일 아침 A 군이 집을 나설 때 입고 나온 형의 겉옷 호주머니에 아버지 휴대전화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휴대전화가 없어진 사실을 알고 전화를 걸었는데 아들의 시험장에서 벨이 울린 것이다.

시교육청은 일단 A 군을 퇴장시키지 않고 시험을 치르게 한 뒤 교육부에 문의했으나 교육부는 원칙대로 부정행위자로 간주했다.

이 같은 사례가 알려지면서 “부정행위는 아니지 않느냐”는 여론이 일자 교육부와 국회는 서로 먼저 나서 주길 원하고 있다.

황우여(黃祐呂) 교육위원장은 이날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여론이 있으니 교육부에서 방법을 생각해 보라”고 운을 뗐다.

김 부총리는 “여러 차례 고지한 사항이어서 원칙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여당 간사인 정봉주(鄭鳳株) 의원 측은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킨 지 얼마 되지 않아 난처하지만 사정을 들어보면 모두 딱하다”며 “원칙만 강조하는 게 능사는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난해에도 45명이 똑같은 사유로 입학이 취소됐고 법은 말 한마디로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며 “국회에서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소급 효력을 인정해 주는 특별조치를 하지 않으면 구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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