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디자이너]<4>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창희씨

  • 입력 2005년 11월 25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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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 뜨면 수많은 광고가 범람하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것은 거의 없다. 아무리 잘 만든 광고라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하나의 주제를 가진 좋은 광고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작품’으로 자리매김한다. 광고인들이 한결같이 오래 이어지는 캠페인 광고를 꿈꾸는 게 그런 이유다. 캠페인 광고는 또 광고라는 대중 매체를 통해 세상에 기여하고자 하는 이들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해 준다.

광고인들이 이 두 가지 꿈을 모두 이룬 사람으로 최창희(56·크리에이티브에어 대표·사진) 씨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 광고가 세상을 움직인다


광고는 상품을 팔기 위해 그 특성을 세상에 알리는 행위다. 기업과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는 광고도 궁극적으로 상품을 팔기 위한 것이다. 광고가 눈총받는 이유도 상업성 때문이다.

그러나 광고는 사회의 공익을 위해서도 기여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방영된 SK텔레콤의 ‘Be the Reds’ 캠페인은 그 대표 사례 중 하나다.

당시 SK텔레콤의 광고를 대행하던 TBWA 코리아는 월드컵을 계기로 한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월드컵 공식 후원업체가 아니어서 광고에 월드컵이라는 말도 쓸 수 없고, 운동장과 인근 2km 내에서 일체의 프로모션 행위를 할 수 없었다.

이때 TBWA의 최창희 씨를 비롯한 크리에이티브 팀은 응원을 광고의 소재로 쓰자는 묘안을 떠올렸다. ‘붉은 악마’가 등장하는 거리 응원전을 기획하고 ‘대∼한민국’ 구호와 박수를 결합한 응원, 노래는 물론 빗자루 부대와 쓰레기통까지 준비했다.

한국 대표팀의 선전에 따라 이 거리 응원은 전국으로 확대됐고 세계의 빅 뉴스가 되었다. 이 캠페인은 광고가 문화 아이콘을 창출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오리온 초코파이 ‘정’시리즈, SK텔레콤의 서비스 ‘준’, 태평양 남성 화장품 미래파의 굿바이 피지 에센스, LG전자 휴대전화 싸이언 광고(위부터).

○ 설득의 힘은 정서의 공유

그는 1975년 광고계에 입문했다. 그가 진두지휘한 수많은 광고에는 일관된 맥이 있다. 광고인 이강우(리앤디디비 고문) 씨는 “그의 광고에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다”고 평가했다. 제일기획 광고국장 재직 시 참여했던 제일제당(현 CJ) ‘고향의 맛, 다시다’ 시리즈(1989∼1993년)와 오리온 초코파이 ‘정’ 시리즈(1989∼1993년)는 따뜻한 인간미를 담은 그의 대표작이다.

한국 광고사에서 최고 캠페인 중 하나로 평가받는 ‘고향의 맛, 다시다’ 시리즈는 기업이나 상품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켜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제일제당은 초기에 ‘상품의 장점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효과가 있을까’라며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시리즈를 잇달아 내보내면서 매출이 3배나 뛰었다.

그는 “광고는 설득이고, 설득은 이성적 머리가 아니라 감성적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며 “소비자의 마음에 있는 정서를 재발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 진정한 크리에이티브 집단을 만든다

최 씨는 제일기획과 TBWA 코리아를 거쳐 자신이 설립한 ‘크리에이티브에어’의 대표이사로 있다. 그는 “내가 만든 광고는 없으며 단지 참여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광고가 팀 작업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는 인재와 그들이 창조적 작업에만 열중할 수 있는 환경이 좋은 광고를 낳는다고 믿는다. 조직이 크고 일이 다양한 대형 종합광고대행사를 떠나 적은 인원으로 색깔이 뚜렷한 회사를 설립한 것도 그런 취지다.

2004년 설립된 크리에이티브에어는 신생사로는 드물게 연간 300억 원대 LG전자 싸이언 광고를 따냈다. 1년 만에 광고 취급액이 700억 원을 웃돌면서 중견회사의 수준을 뛰어 넘었다. 20명 남짓한 인원으로는 엄청난 성과. 순수 전문 광고인에 의해 설립된 이 회사의 성공은 수많은 광고인들이 주목하고 있고 그들의 꿈이 되고 있다.

화제를 낳은 광고도 여러 편이다. 브라운스톤(김정은 편), 태평양 미래파(조인성, 백윤식 편), LG 싸이언(다니엘 헤니, 김태희 편) 등.

최 대표는 후배 광고인들에게 끊임없는 변화와 변신을 요구한다. 그는 “광고는 사회의 트렌드를 만들어 내고 문화로 기록될 수도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깨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월간‘디자인’공동기획

김 신 ‘월간 디자인’ 편집장 kshin@design.co.kr

사진 제공 디자인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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