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DDA협상 불씨 되살렸다

  • 입력 2005년 11월 1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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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APEC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정상들은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정상 특별성명’을 채택했다.

이 성명은 APEC 차원에서 WTO DDA 협상 진전에 합의한 것으로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교착상태인 DDA 협상이 12월 홍콩 WTO 각료회의에서 가시적 성과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DDA는 다자간 자유무역을 규정하고 있어 통상국가인 한국에 유리하다.

한국은 중국, 러시아,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과 가진 양자 통상회담에서도 의미 있는 결실을 얻었다.

○ 농업분야 협상 돌파구

DDA는 농업과 비농산물, 서비스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자유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 협상은 당초 2004년 말 ‘모델리티(관세인하 폭 등 자유화의 세부규칙)’에 합의하고, 나라별 절차를 거쳐 2006년 발효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회원국의 입장 차이 탓에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5차 WTO 각료회의에서 협상이 결렬됐다. 홍콩에서 열릴 6차 WTO 각료회의는 좌초 위기에 빠진 DDA 협상이 다시 살아날지를 가늠할 고비다.

DDA 특별성명은 2010년까지 선진국의 농산물 수출보조금 철폐를 규정하는 등 DDA 협상의 걸림돌인 농업분야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APEC 정상들은 이 성명을 통해 홍콩 각료회의에서 2006년까지 협상을 끝내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도록 촉구했다.

또 비농산물 분야에서는 관세 감축 방식과 관련해 ‘스위스 공식’ 적용에 합의했다. 이는 큰 폭의 관세감축을 의미하는 것.

APEC 회원국들은 또 ‘부산 로드맵’을 채택해 선진국은 2010년까지, 개발도상국은 2020년까지 무역투자 자유화를 달성키로 한 보고르 목표를 재확인했다.

부산 로드맵은 2007∼2009년 회원국을 대상으로 보고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간 점검을 위해 자유화 이행 수준을 검토키로 규정했다.

○ 한국 통상, 동에서 서로?

한국은 중국, 러시아와 가진 양자 통상장관회담에서 두 나라 모두에 ‘시장경제지위’를 부여했다. 이번 조치로 한국과 이들 국가 간 무역확대의 계기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 개방에 소극적인 일부 아세안 회원국과의 견해차를 좁혀 올해 중 한-아세안 FTA 상품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미국, 일본과의 통상장관회담은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미국과는 한국의 스크린쿼터 문제가 양국 FTA 추진의 걸림돌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했고, 일본과는 아무런 논의 없이 의례적인 인사치레에 그쳤다.

이처럼 상반된 통상장관회담 결과에 대해 한국의 통상 정책이 동쪽(일본, 미국)보다 서쪽(중국, 아세안 등)에 쏠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DDA 협상의 진전과 양자 통상협력의 강화는 한국에 큰 과제를 던져준다. 국내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개방에 대한 국민 인식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쌀 협상 비준안은 농민단체와 일부 정치권의 반대로 국회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한미 통상장관회담에서 미국은 한국의 쌀 협상 비준 지연을 우려하며 국제사회의 반발을 경고하기도 했다.

한-아세안 FTA 협상과 관련해 개방의 폭을 놓고 산업자원부와 농림부가 맞서는 등 정부 내 이견 조율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부산 APEC의 통상분야 주요 협의 결과
구분내용의미 및 영향
APEC 21개 회원국 합의<‘DDA 특별성명’ 채택>
-2010년까지 선진국의 농산물 수출 보조금 철폐 합의
-비농산물 분야에서 대폭 자유화를 뜻하는 스위스공식 적용
-서비스 부문의 실질적 시장접근 노력<‘부산 로드맵’ 채택>
-선진국은 2010년, 개발도상국은 2020 년까지 무역투자 자유화를 규정한 보고르 목표 이행의지 재확인
-국내 규제 철폐와 지적재산권 보호 등 자유화를 위한 국내 조치도 보고르 목표에 포함
-교착상태인 DDA 협상 진전의 계기 마련
-12월 홍콩 세계무역기구(WTO) 각료 회의 전망 밝아짐
-DDA 진전에 따른 한국의 공산품 수 출확대 기대
-다자간 무역자유화 협상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 부각
한중-한국, 중국에 시장경제지위 부여
-양국, ‘김치파동’ 마무리 공감
-한중 통상협력 강화
-수입식품 안전성 문제로 불거진 양국 갈등 해소
한-아세안-한-아세안 FTA 상품협상 진전
-개성공단 원산지 표시 문제 진전
-한국이 동아시아 거대 경제권의 중심 축이 될 기반(한-아세안 FTA) 마련
한-러시아-러시아, 한국에 대한 명태쿼터 조업 허가증 발급 협조
-한국, 러시아에 시장경제지위 부여
-한-러 통상협력 강화
-명태 조업의 걸림돌 해소
한미-미국, 한국의 쌀 협상안 국회비준 촉구
-미국, 쇠고기 수입재개 및 스크린쿼 터 축소를 직간접 요청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임박
-한국, 국내 이견 조율에 대한 부담이 커짐
한일-양국 통상장관의 의례적 만남 (통상 현안에 대한 논의가 없었음)-한일 FTA 장기 교착 우려
자료: 외교통상부 및 주요 APEC 회원국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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