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亞순방 동행기]5분단위 스케줄 전세기 탑승직전 받아

  • 입력 2005년 11월 1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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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대 마라. 별로 특이할 게 없다.”

13일부터 시작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동행 취재를 하루 앞두고 돈 오버도퍼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에게 ‘조언’을 구했으나 그의 대답은 기대한 것과 달랐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의 외교전문기자로 30여 년간 리처드 닉슨부터 조지 부시 전 대통령까지 5명의 대통령을 동행 취재했던 언론인 출신이다.

출발 당일 밤 메릴랜드 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모인 기자단은 매머드급이었다. 뉴욕타임스 CNN 르피가로 등 각국의 취재진 110여 명이 초대형 전세기에 올랐다. 한국 기자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기자 2명.

5분 단위로 정리된 부시 대통령의 최종 스케줄은 트랩에 오를 때 주어졌다. 보안 때문이라고 했다. 오후 11시. 전세기는 첫 방문국인 일본 교토(京都)를 향해 날았다.


TV만 틀면 나오던 낯익은 거물급 기자가 즐비했지만, 기내는 고등학생 수학여행 분위기였다. 기자들은 이륙 전부터 맥주 깡통과 와인 잔을 들고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아무도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오버도퍼 교수의 말이 사실인가? 진짜 브리핑은 같은 공항에서 몇 시간 뒤 따로 출발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서 진행됐다. “전용기를 타지 못한다면 대통령 코끝도 못 보고 취재를 마칠 수 있다”는 어느 기자의 ‘친절한 설명’이 기내 뒤편에서 들려 왔다.

착륙을 한두 시간 남기면서부터 기내는 도서관으로 바뀌었다. 다들 자료를 훑었고, 어둠 속에서 노트북 자판을 열심히 두드렸다.

교토에 도착해 기자실이 마련된 한 호텔에서 등록을 마치니 시계는 오전 5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몇 시간 뒤 에어포스 원에서 첫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스티븐 해들리 안보보좌관이 전용기에 마련된 ‘하늘 위 기자실’에 들러 일본 한국 중국 몽골로 이어지는 순방의 의미를 설명한 내용이었다.

전용기에는 기자단을 위해 좌석 15개가 고정 배치된다. 이날 역시 신문 잡지 통신 TV 라디오의 취재 및 사진기자 15명이 전용기에 동승해 대통령과 최고위 참모들을 ‘근접 취재’했다.

해들리 보좌관은 ‘아시아의 자유 신장’이 핵심 테마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메시지였고, 20일 베이징(北京)에서 부시 대통령의 예배 일정을 잡아 놓은 것도 같은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해들리 보좌관은 “오늘은 특별히 더 할 말이 없다”거나 “순방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메시지는 없다”는 말을 세 번 반복했다. 중국의 반발을 염두에 둔 듯했다. 이 밖에 북한 핵, 중국의 환율정책, 조류 인플루엔자(AI) 공동 대처 문제가 거론될 것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교토=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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