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감독의 福, 선수의 福

  • 입력 2005년 11월 1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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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감독들은 흔히 “선수 잘 만나야 우승도 한다”고 말한다.

프로야구 사령탑으로 10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던 삼성 김응룡 사장도 “나는 선수 복이 있었을 따름”이라고 겸손하게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는 뛰어난 선수와 함께 지도자의 전술 구사 능력과 리더십이 필수.

올해로 벌써 5시즌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오리온스 김진 감독과 김승현.

김 감독은 지휘봉을 처음 잡은 2001년 신인 김승현을 뽑은 뒤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이들은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에 출전해 20년 만의 한국남자농구 금메달을 주도했다. 그 덕분에 김승현은 병역 혜택까지 받았다.

상생의 길을 걸어 온 김 감독과 김승현에게 오리온스 창단 10주년이 되는 올 시즌은 더욱 의미가 크다.

둘 다 내년 봄이면 계약기간이 끝나는 것. 선수나 감독이나 계약이 만료되는 직전 시즌에는 여러 잡음에 시달린다. 규정상 사전 접촉이 금지돼 있는데도 다른 팀의 러브 콜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김승현도 벌써부터 어느 팀으로 옮길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으며 오리온스 구단 홈페이지에는 연일 그의 거취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김 감독 역시 다른 팀의 영입 대상 1순위 후보.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작 당사자인 김 감독과 김승현은 심드렁한 반응이다.

김 감독은 시즌 직전 김승현에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다른 데 한눈팔지 말고 일단 올 시즌에 전념하자”고 문단속을 했다. 김승현 역시 “저만 아니라 감독님도 자유계약이 되는 건데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약속대로 김승현은 김 감독에게 “코트를 지배한다”는 찬사를 들으며 폭발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머리까지 짧게 깎으며 각오를 다진 김승현은 김 감독의 지시대로 슈팅 동작을 교정하고 공격에도 신경 써 평균 득점을 통산 최고인 13.9점까지 끌어올렸다.

오리온스의 1라운드 성적은 공동선두. 그 중심에는 한마음으로 뭉친 김진 감독과 김승현이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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